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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옛것이 좋아 때론 깨진 빗돌을 찾아다녔다 - 추사 김정희의 금석학 ㅣ 조선 문명의 힘 2
박철상 지음 / 너머북스 / 2015년 7월
평점 :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특별히 주목하는 저자들이 몇 분 있다. 우리 옛그림 읽어주는 고 오주석, 손철주, 이종수와 역사분야 이덕일, 고전에서 행간을 읽어 사람의 심사를 추적하는 설흔, 고미숙, 한국고전 분야에 정민, 한국문학에서 한승원과 김훈이 그들이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서 그분들의 시각과 글맛이 내 기호에 맞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분을 더 추가한다면 추사 김정희 연구로 여러 권의 책을 낸 박철상이 그다. '새한도', '서재에 살다', '정조의 비밀 어찰'로 만났던 저자의 글에 관심이 많다. 그가 김정희 연구로 새로 출간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 박철상이 ‘나는 옛것이 좋아 때론 깨진 빗돌을 찾아다녔다 ’에서 주목하는 추사 김정희는 금석학자로의 김정희다. 그동안 추사 김정희에 대한 이해는 일찍이 중국에 들어가 옹방강으로부터 금석학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고 북한산 진흥왕순수비를 밝혀낸 것 등 지극히 단편적인 몇 가지 사실이 전부였다. 이 책을 통해 금석학자 김정희 본래의 진가를 만나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된다.
조선의 금석학, 유득공의 업적과 김정희, 옹방강과 김정희, 금석학의 또 다른 정수 추사체 등 이와 관련된 내용을 통해 조선의 금석학이 어떤 경로를 통해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를 살피며 그 속에서 추사 김정희의 역할을 추적해 간다. 저자는 여기에서 김정희의 특출한 재능이나 사회적 배경에 주목하여 금석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추사 김정희에게만 돌리지는 않고 있다. 무슨 학문이든 선대의 업적을 이어받아 그 업적을 딛고 탁월한 업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금석학의 출발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고 중국 대륙의 영향을 배재할 수 없다. 특히 여기에서 살피는 금석학의 경우 조선후기 사회적 분위기와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북학에 대한 열망이 커지는 것 속에서 청나라와 학문적 교류가 날로 확대되던 배경이 한 몫한 것이다. 김정희와 옹방강 부자와의 교류를 바탕으로 교루가 이뤄지면서 금석학 분야에서도 중국의 지식인 사이에 열풍이 일어 자연스럽게 조선 사회에서도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이 되었고 그 중심에 추사 김정희가 있었다.
“김정희가 쓴 대련 중에 “호고유시수단갈(好古有時搜斷碣), 연경누일파음시(硏經婁日罷吟詩)”가 있다. “옛것을 좋아하여 때로는 깨진 빗돌을 찾아다녔고, 경전을 연구하느라 여러 날 시 읊기도 그만뒀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추사 김정희의 학문의 기본 바탕이 되는 점을 찾아낸다. “그것은‘수단갈(搜斷碣)’은 금석학(金石學)에 몰두해 있는 모습을, ‘연경(硏經)’은 경학(經學)에 빠져 있는 모습을, 그리고 ‘호고(好古)’라는 두 글자는 김정희의 학문과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사상이다. 옛것을 좋아하다 보니(好古) 옛것을 본받게 되고(法古), 옛것을 제대로 본받는 것이 바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創新).” 법고창신으로 역사 고증 금석학과 추사체를 만들어 낸 김정희의 학문의 정신의 바탕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출간에 부처 “내년이면 김정희가 북한산 진흥왕순수비를 고증한 지 200년이 된다. 조선에 금석학이 태동한지 2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 책이 김정희의 학예를 기리는 데 조그만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 한다. “옛것을 좋아하여 때로는 깨진 빗돌을 찾아다녔고, 경전을 연구하느라 여러 날 시 읊기도 그만뒀다”김정희의 마음을 담아낸 문구로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이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