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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천천히 감상하고 조금씩 행복해지는 한글꽃 동심화
김문태 글.그림 / 라의눈 / 2015년 6월
평점 :
따스하고 찬란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다
옛그림을 보면 문자도라는 것이 있다. 한글글꼴용어사전에 의하면 문자도는“‘효(孝), 제(悌), 충(忠),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 여덟 자를 여러 가지로 도식화하여 변형시킨 우리 민화의 한 종류. 효제도(孝弟圖)라고도 한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의 의가 좋고, 나라에 충성하며, 신의를 잊지 않고, 예의 바르게, 의로움을 지키고 청렴한 마음을 가지며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문자도는 궁중의 장식문양뿐만 아니라 불교나 도교의 장식문양과 일반서민들의 일상생활에 사용하던 문양들을 회화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려 당대 회화 발전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이런 문자도가 생겨난 이유가 뭘까? 짐작컨대 글자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글자가 담고 있는 유교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은 아닐까 싶다.
현대에도 이 문자도와 형식적으로 유사한 것이 있다. 요사이 유행하는 것이며 주로 서예를 공부하신 분들이 전문적으로 하는 것 같다. 바로 캘리그래피가 그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자에 형식적인 문자에 회화성을 부여하고 그로부터 의미를 확장하여 읽으려는 것이 이 문자도의 출발로 보인다.
크게 보면 김문태의 ‘그냥’에 수록된 한글 글그림도 이 문자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한글을 이용해"그림일까, 글씨일까?"라는 의구심이 일지만 그림일 수도 있고 글씨로도 볼 수 있는 독특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과 글씨 사이에서 김문태가 주목한 것은 동심(童心) 즉 어린아이 마음이라고 한다. 한글이라는 글자를 가지고 그림처럼 그리되 그 그림 속에 담고자 하는 것은 어린아이들 마음처럼 순수한 인간의 본심이라고 이해된다. 한글을 동양화 기법으로 표현했다. 그 속에는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과 자연을 벗하며 담은 삶의 노래를 담고자 했다. 이를 일러 글과 그림을 직접 쓰고 그림 김문태 스스로 이름 붙인 것이 동심화(童心畵)이다.
이 작업의 주인공인 멍석 김문태는 서예를 공부하며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글과 동양화를 결합한 동심화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 작가다.
그가 동심화의 소재로 삼는 글자는 고요, 숨결, 배려, 소통, 꽃, 아가, 아리랑, 사랑, 삶, 그릇, 빛, 오늘 등이다. 얼핏 보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글자지만 글자들 속내를 소통하고 있는 공통분모가 바로 동심에 있다.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고담함의 이유가어저면 잃어버린 동심이라고 한다면 동심화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본래적인 마음자리가 아닐까?
그림글자이기에 그림이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림에서 다 얻을 수 없는 공감은 글에 있다고 보인다.글자 그림 하나에 글 하나가 짝을 이뤄서 만들어 내는 자리가 바로 마음 따스해지는 미소의 자리다. 그림 같고 시 같은 화폭 속으로 들어가 지금은 가슴 가장 깊은 곳으로 숨어버린 내 어린 시절의 무엇을 만날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