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분석으로 본 강산무진도
우리의 옛 그림하면 우선 조선시대 화가들을 떠올린다. 그중에서도 조선후기는 정선, 김홍도, 신윤복, 이인문, 김득신, 최북, 이명기, 이재관, 이한철, 유숙 등이 주목 받으며 활동 했다. 김홍도, 신윤복을 중심으로 한 풍속화가 주목 받으면서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그 외 활발하게 활동했던 화가들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옛그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김홍도의 벗이지 동료화원이었던 이인문을 그의 작품 ‘강산무진도’를 통해 작품을 분석하고 있는 오주석의 ‘이인문의 강산무진도’가 주목된다.
이인문(李寅文, 1745 ~ 1821)은 조선 후기의 화가로 산수를 비롯하여 도석인물, 영모, 포도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였다. 화풍은 남종화와 북종화 등 각 체의 화법을 혼합한 특유의 화풍을 보이고 있으며 당시 화단의 한 주류를 대변하고 있다. 김홍도와 기량이나 격조 면에서는 쌍벽을 이루었던 화가로 조선 후기의 회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고 평가 받는다.
이인문에 주목한 미술사가 오주석(1956~2005)은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동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호암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연구원을 거쳐 중앙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간송미술관 연구위원, 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및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 2005년 2월 5일 지병으로 별세하였다. 저서로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단원 김홍도’등이 있다.
오주석은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를 분석하기 위해 이인문의 작품을 먼저 분석하고 있다. 작품제작년도가 확인된 작품과 제작년도가 불분명한 작품으로 구분하여 살핀다. 오주석이 이렇게 분석한 이인문의 작품 특성을 다음 다섯 가지의 특성을 이야기 한다. 첫째, 주제면에서 보면 정형산수가 중심이다. 둘째, 구도 화면 구성에 최우선적인 배려와 집요한 천착하고 있다. 셋째, 대다수의 그림이 세필을 주사하여 그린 섬세한 화풍을 티고 있으며 비교적 사실적인 느낌을 준다. 넷째, 화면 전체에 떠도는 투명하고 맑은 분위기다.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강산무진도’를 분석한다. 우선 강산무진도는 횡권으로 된 비단바탕에 수묵담체로 그렸다. 44.0cm X 856.6cm로 상당한 크기의 그림이다.
“춘하추동 4계절의 대자연 경관을 연이어 그린 그림으로, 강산 만리의 변화무쌍한 풍경이 섬세한 세필로 수산, 농경, 해운에 이르는 인간들의 평화로운 생활상이 적나라하게 그려졌으며 유교적인 가치관이 맥맥히 서려 있다. 한국의 그림으로는 드물게 보이는 정력적 대표작이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수화가 이인문의 만년의 관록을 여실히 드러낸 작품이다.”(두산백과)
오주석은 강산무진도를 전체 흐름을 먼저 살피고 나서 기법에 따른 분석에 집중한다. 원근법, 준법, 태점법, 묵법 및 설채법, 기타 기법으로 분석하며 주제와 작업환경에 이르기까지 전반적 분석을 하고 있다. 위와 같은 분석이 그동안 강산무진도에 대한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오주석은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춘하추동 4계절의 대자연 경관을 연이어 그린 그림이다”라는 분석에 “가을의 한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
결론적으로 오주석에 의하면 ‘강산무진도’는 조선왕조의 막바지 아직은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던 시기에 당시 최고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던 노년의 궁중화원에 의해 제작된 대작으로 조선왕조의 성리학 사상이 장대한 횡권의 전개 속에 펼쳐진 작품으로 이인문 자신이 인생의 황혼기에 처한 평생의 신조로 간직해온 유교적 세계관에 대한 믿음과 평생 쌓아온 회화적 기량과 개성을 총체적으로 표출한 작품이라고 분석한다.
풍부한 도판에 도판의 적절한 이용을 통한 분석은 그림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로써 조선 후기를 빛냈던 화원 이인문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분석을 내놓았다고 보인다. 고 오주석의 우리 옛그림에 대한 애정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