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무를 보다 - 전 국립수목원장 신준환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화두
신준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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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부터 사람에게로 돌아오다

늘 숲으로 간다. 사는 곳이 숲과 가까운 곳이긴 하지만 도시에 살았던 때에도 숲을 찾는 기회가 많았다. 그것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게 되는 숲이며 조건이 여의치 않으면 도심의 공원이라도 찾아갔다. 그러던 어느 한 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간이 바뀌면서 변화하는 숲을 보기 위해 일정한 구간을 정해 두고 매번 찾아갔다. 지형을 읽히고 숲을 구성하는 존재들의 위치에 주위를 기울이며 숲을 찾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구석구석 눈여겨보게 되는 특별한 대상이 나타난다.

 

그렇게 주목한 대상들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그런 대상들이 구성하는 숲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감지하게 된다. 숲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숲과 숲을 구성하는 대상들에 겹쳐져서 만들어가는 숲의 변화를 알게 된 것이 내 일상에도 영향을 준 커다란 매개가 된다. 숲은 위안이며 쉼이고 보금자리이다. 오늘도 여전히 숲으로 간다. 숲을 이루는 주요한 요소는 나무다. 수많은 종류의 나무가 주를 이루며 숲을 구성하고 그 나무들에 의지하여 또 다른 생명들이 깃들어 살아간다.

 

이런 나무와 함께 살아온 사람의 나눔 이야기를 듣는다. 전 국립수목원장 신준환은 다시, 나무를 보다를 통해 자신이 나무와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펼쳐 놓고 있다. 어린 시절 낙엽송으로부터 시작된 나무와의 인연으로부터 2014년 국립수목원 원장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나무와 함께 살아오며 나무를 배우며 사람을 생각하자는 주제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크게 3부로 구성된 이야기는 나무의 인생학, 나무의 사회학, 나무의 생명학 등으로 테마를 설정한 이야기들이다. “나무는 흔들리지 않아서 강한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서 강하다.”는 저자 신준환의 말처럼 서로 어울려 숲이 되는 나무를 보면 삶의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우리 눈앞에 서 있는 나무 안에 그 길이 있다.

 

마음이 허전한 어느 날, 나무 뒤의 나무가 보이더니 숲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마음에 허전함이 있어 숲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나무보다는 오히려 나무 사이의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고 숲은 단지 나무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빈 공간이 이어지며 숲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의 이 말에 공감한다. 숲에 일정시간 머물며 숲에 대한 깊은 성찰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일생을 나무와 함께 살아온 저자이기에 체험에서부터 나온 성찰의 결과라 여겨진다.

 

숲은 나무와 빈 공간이 서로 드러내주면서 이루어진 것이고, 나무와 뭇 생물도 서로가 서로를 드러내주며, 심지어 나무와 나무도 서로 드러내주고 사라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숲을 이룬다. 이제는 이런 숲에서 인생이 보일 때도 있다.”

 

결국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나무를 통해 사람을 보자는 것이고 나무의 일생을 보며 깨달은 것이 사람들의 삶의 향기와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나무와 숲은 강한 것, 좋은 것이 따로 있다고 믿고 추구하는 우리에게 큰 것 작은 것, 센 것 약한 것, 가는 것 굵은 것의 모든 다양성이 공존해야 숲도, 우리 사회도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무의 인생학, 사회학, 생명학을 이야기하기 위해 신준환 저자는 기형도의 시, 작자미상의 시조, 본인의 자작시, 여러 철학자들의 개념, 해외의 과학실험, 국내 연구자들의 저작물 등 다채롭게 스크랩해온 자료들을 활용하여 나무 연구 30, 가슴속에 켜켜이 각인된 나무의 지혜를 통해 사람의 삶으로 돌아온다.

 

나무와 함께 살아온 우리민족은 나무로부터 멀어짐으로 사람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다시 나무를 본다로부터 사람에게도 돌아가자는 저자의 이야기는 자아를 잃어버리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울림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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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5-1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의 정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