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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바고 문화사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호불호를 넘어선 담배로 본 조선 문화사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어쩌구저쩌구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친숙한 옛이야기의 시작임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말이다. 이런 이야기기 통용될 수 있는 것은 담배라는 기호품이 널리 사랑받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오늘날 담배를 혐오감으로 보는 시각이 널리 확산되어 애연가들이 위축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할 때 격세지감을 느낀다.
수 천 년 우리 역사에서 담배가 등장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다. 한껏 올려 잡아 봐야 조선조 일본의 상인을 통해 동래왜관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1610년대이니 지금으로부터 400여년이 지났을 뿐이다. 우리 역사에 등장하면서부터 급속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남녀노소, 신분에 고하를 불문하고 사랑받아왔던 기호품이 담배다. 차나 술과 같은 기호품과는 또다른 역사를 가진 담배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무엇이 있을까?
안대회의 ‘담바고 문화사’는 바로 그 담배에 주목하여 담배가 가지는 문화사적 의미를 탐구한 결과물이다. “잠시도 일상생활에서 떼놓을 수 없던 물건, 조선뿐 아니라 몽골과 일본까지 사로잡으며 교역의 중심에 있었던 물건,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경제를 들었다 놨다 했던 물건”임에도 우리는 담배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했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담바고 문화사’에서는 담배가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시기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담배의 명칭의 유래, 담배의 종류, 애연과 금연의 중심에 섰던 사람들, 담배와 경제, 문화예술 속 담배, 구한물 흡연문화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역사에서 담배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이야기를 찾고 그 배경을 탐구하고 있다.
장유, 신광수, 신광하, 허필, 정조, 정약용, 심노승, 조희룡, 황현 이들의 공통점은 조선시대 내노라하는 애연가들이었다는 점이다. "담배를 버린다면 살아 있다고 해도 무슨 재미가 있겠소?" 만백성이 담배 피울 날을 꿈꾼 조선 정조 임금의 말이다. 정조를 비롯하여 사대부, 할머니, 기생, 어린아이 등 담배ㄹ르 매개로 펴려쳐지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게 전개된다.
특히, 김홍도, 신윤복 등이 남긴 풍속화 속에 담배가 등장하는 장면을 선별하여 삽입해 놓아 당시 사람들의 담배와 관련된 구체적인 생활상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또한 일곱 가지의 깊이 읽기를 통해 담배와 관련된 본문의 내용을 부연설명하면서도 또 다른 시각을 전달해 주기도 한다.
오늘날 담배는 마치 건강을 해치는 주범인양 취급받고 있다. 물론 담배가 주는 폐해를 모르는 바는 아니기에 이러한 취급을 수긍하는 측면이 많고 또한 온갖 법적 장치를 동윈 해 흡연자들을 구석으로 내모는 것도 수용한다. 그러나 담배가 기호품을 넘어 혐오의 대상에다 세금을 징수하는 편리한 도구로 변하는 것에 대해 깊은 사고를 요구한다.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하여 손쉽게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려는 의도는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담바고 문화사’를 통해 안대회는 담배는 “17세기 초기 이래 한반도의 절대다수가 즐긴 기호품의 제왕이자 경제의 블루오션이었고, 일상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이었다. 담배는 문화와 예술, 사회와 경제, 의식과 풍속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하였다. 이는 조선시대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