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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3월
평점 :
현대사회는 다양한 범죄의 양태를 보여주지만 무엇보다도 엽기적인 것은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심심찮게 자주 본다는 것이다. 가장이나 부인이 가족 구성원의 일부를 살해하고 자신은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한 것과 같은 범죄가 그것이다.
이러한 범죄 형태는 영화나 범죄드라마, 범죄를 그리는 문학작품들 속에서 주목하여 관객이나 독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범죄라도 무엇에 집중하여 보는가에 따라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범인을 잡는 것과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아는 상황에서 그 범인의 심리적 태도를 추적하는 것도 있다.
프랑스 작가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의 ‘행복만을 보았다’ 역시 한 사람의 성장과정과 충격적인 사건을 저지르고 난 후 이해 당사자의 이야기로 구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저자 ‘그레구아르 들라쿠르’는 프랑스의 카피라이터 출신 작가로 2011년 ‘그 가문의 소설가’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주목을 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가라고 한다.
‘행복만을 보았다’의 이야기의 흐름은 부모, 나 그리고 자식으로 이어지는 가정 속 환경의 변화가 나에게 미친 영향으로부터 자식에게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을 따라간다. 냉철한 손해사정사인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사람 목숨의 가치를 매기는 일을 해왔다. 그러다 문득, 그렇다면 과연 자신의 인생의 가치는 얼마쯤 되는지 따져보는 데서 출발하는 소설이다.
우리의 인생의 가치는 얼마일까? 라는 1부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부모와 자신 그리고 자식에게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각 사건마다 돈으로 환산된 이야기를 풀어간다. 평범한 일상이 어떻게 점점 광기에 휩싸여 가는지를 보여주며 그 결말은 주인공이 자신의 딸을 권총으로 쏘는 ‘개 같은 일’이 벌어진다. 왜 당신을 날 먼저 쏘았나요? 의 2부는 그 ‘개 같은 일’이 있고 난 후 주인공이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 과정 그리고 멕시코로 추방된 이후의 새로운 삶을 그리고 있으며 3부 행복만을 보았다는 권총을 맞은 딸의 시각에서 개 같은 일로 인한 증오와 고통, 그것을 치유하고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용서할 수 없었던 아버지를 찾아가서 옆자리에 앉는 장면을 끝으로 “그러니까 인생이란 결국 힘겹더라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문장과 함께 끝을 맺는다. 무엇이든 돈으로 환산되고 그 환산된 돈의 크기에 따라 인간의 가치마저 결정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가치는 무엇으로 어떻게 평가되어야 할까? 아니 그 평가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사연 많은 한 사내의 특정한 경험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가치관의 혼란과 그로부터 느끼는 상실과 좌절은 평화로운 일상을 파격적인 사건으로 몰고 갈 수도 있고 애기치 못한 사건으로 그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런 사회에서 인간의 궁극적 가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할까?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하든 삶의 가치는 인간의 행복에 둔다. 이 행복을 찾아가는 길에서 자신을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깊은 고민과 성찰로 이끄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작품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