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록하다 - 침몰·구조·출항·선원, 150일간의 세월호 재판 기록
오준호 지음 / 미지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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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세월호이어야 한다

놀람, 안심, 충격, 배신감, 허탈, 분노. 세월호. 한 사건을 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겪었던 감정의 변화다.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좌절감과 분노는 현재까지 여전히 남아 있다. 아니 오히려 더 증폭되고 있다. 단기간의 이러한 감정의 흐름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트라우마로 작동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보다 먼저 사건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히고 난 이후 책임소재를 따져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것이다. 어쩌면 지극히 단순한 이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에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아픈 가슴으로 노란 리본이라도 달고자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것 수많은 사건들이 그렇게 의도적으로 왜곡된 결론을 강요받아왔기에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작금의 현실을 뒤집을 힘이 없는 이상 무력하게 불의 앞에 무릎 꿇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럴 때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 기록이다. 기록이 존재하기에 훗날이라도 그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 중 하나다. 하여,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 출발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라고 본다.

 

세월호를 기록하다의 저자 유준호도 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의 일원으로 현장에 있었다. 저자는 특별히 주목한 것은 세월호 관련 재판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5개월간에 걸쳐 33차례 이루어진 세월호 공판을 방청하면서, 수만 쪽의 증언과 증거 자료, 피고인, 검사, 변호인 사이의 공방에서 드러난 것을 바탕으로 사고의 원인을 밝혔다. 150여 일간 재판의 법정 기록을 일일이 확인하며 세월호 사고를 재구성한 결과물이 이 책 세월호를 기록하다이다. 생존자, 해경, 어민, 해운사 및 하역업체 관계자, 조선공학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재판에서 한 증언은 세월호 사고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게끔 해 주었다.

 

법정 기록에 주목해서 세월호 사건을 살핀 저자는 상식 밖의 어떤 거대한 일격이 있었을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과는 달리, 보통 사람들의 비겁하고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들이 세월호 참사를 낳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안전불감증, 개인이기주의, 관피아와 같은 구조적 모순이 응집되어 나타난 결과로 본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를 낳은 것은 우리가 정상으로 여기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일상의 사회 시스템이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세월호에 관한 모든 사실관계가 생생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렇다면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구조와 사후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일연의 사건은 어떻게 봐야할까? 원인이 무엇이었든 사건은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그 사건의 수습과 사후 처리과정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주 정상적인 국가 상태라고 믿는 그 사회시스템에서 이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이 사고를 둘러싼 정치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무력감을 느기게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평화학자 더글러스 러미스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가 더 이상 이런 무력감을 느끼게 만드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참된 민주주의를 세우는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바로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는 민주시민의 바른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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