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
김경주 지음 / 열림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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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희곡이다. 연극의 무대에 올리고자 만들어진 극 대본이라는 소리다. ‘창문을 열어다오라고 외치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도 시극이었다. 원래 시와 극은 하나였고, 시인은 곧 극작가였다. 이처럼 문학의 시작은 시와 극이 결합된 장르로 출발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요즈음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부분이 되었다.

 

김경주의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 는 시극이다. “시극은 대사가 시의 형태로 쓰인 희곡을 말하는데, 산문적 구조를 갖고 있지만 각각의 글에 라임과 운율이 살아 있는 문학적 장르이다.” ‘희곡이 요즈음 접하기 어려운 분야가 된 것처럼 시극은 생소한 분야다. 그만큼 접할 기회가 없었다는 말이다.

 

희곡을 읽어가며 무대의 장면을 상상하듯 시극 또한 같은 방식으로 읽어 가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시극이라서 더 간단한 대사가 상징하고 있는 의미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내용을 따라가기엔 어렵지 않다.

 

눈 내리는 밤, 버려진 바닷가의 작은 파출소. 김 씨와 파출소 직원, 사내가 등장인물이다. 내용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현재인지 과거인지도 모호하고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가장 편하게 들어오는 장면들만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감정의 흐름이 버겁다. 책의 제목 내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에서 이미 짐작하듯 밝고 따뜻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이 제목을 차용한 것이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에서 장만옥이 흘러간 사랑을 회상하며 읊었던 대사라고 하니 그 감정과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으로 공감대를 만들어 가본다.

 

화양연화(花樣年華),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 남은 것은 없다. 결국 사랑이다. 사랑을 찾을 수 없는 밑바닥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을 만난다는 것이다. 무엇으로 만날까? “누구의 것이든 눈물은 따뜻하답니다. 사람은 바닥에 닿으면 그때서야 자신의 가슴이 가장 따뜻하다는 걸 배우죠.”눈물이 흐를 수 있는 상태로 만난다. 그때서야 비로소 아름다운 본질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가 된 이야기가 원 제목이라는데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삶이 시일 것이기에 우리들의 이야기도 시가 될 것이다.

 

보통의 경우 분문이 어려울 때나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작품해설을 봅니다. 이 작품의 경우는 해설이 작품보다 더 난해합니다. 작품해설이 또 다른 창작이긴 하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작품에 종속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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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2-27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번이나 며칠의 시간을 두고 리뷰를 읽었습니다. 시극이라는 장르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동사서독`과 `화양연화`라는 영화도 검색해보았구요. 그런데도 이 포스트에 무슨 댓글을 달아야 할 지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겨우 제목만을 깊이 생각해봅니다. `사랑`이 주는 의미가 무얼까 하구요. 잘은 모르지만, 사랑은, 마지막에 아름답게 피어난 꽃이 아니라 꽃을 피우기까지의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비, 바람, 땀, 햇빛 같은 것들이 꽃에게 있어서는 사랑이 아닐까 하구요. 그의 소임을 다한 것으로 이미 충분하므로 이제 조용히 물러나는. 그래서 가장 아름다웠을 때 곁에 사랑하는 이가 없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