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 - 조심하라, 마음을 놓친 허깨비 인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마음의 주인은?

마음은 자신이 사는 세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자연환경을 비롯하여 사회 정치적인 조건에 따라 늘 변하는 것이 마음이다. 특히, 자의든 타의든 관여하고 있는 인간관계에 따라 왔다 갔다하는 것이 사람이 마음이다. 이렇게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따라 좌충우돌하는 마음을 어떻게 하면 안정시킬 수 있을까?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선인들은 마음공부법을 비롯하여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홀로 있을 때는 바른 몸가짐으로부터 사회적 존재로써는 정치와 사람 사귐에서 지켜야할 도리에 이르기까지 스스로를 조심하며 마음을 붙잡기 위해 노력했다.

 

정민 선생의 조심(操心)’ 은 바로 선인들의 마음 붙드는 법으로서의 조심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것이 아닌 마음을 잘 붙들어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되는 것이 조심이라고 한다.

 

몸가짐과 마음공부, 시비의 가늠, 세정과 속태, 거울과 등불 등 네 가지 주제로 묶인 백 편의 글이다.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원칙이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묵직한 저울추가 되는 말씀들을 네 글자의 행간에 오롯이 담았다. 옛글 속에서 찾아낸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내용의 사저성어를 골라 이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다.

 

“‘조심操心은 바깥을 잘 살피라는 의미로 쓰지만, 원래 마음을 붙든다는 뜻이다. 지금처럼 조심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 때가 없다. 우리는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원칙이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재앙을 경험하고 있다. 물질의 삶은 진보를 거듭했지만 내면의 삶은 더 황폐해졌다. 김매지 않은 마음밭에 쑥대만 무성하다.”

 

지유조심에서 소년청우까지 백 개의 묵직한 저울추를 통해 정민 선생의 해설은 책 속의 글귀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사회, 정치적 상황에 의해 늘 간섭받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것이기에 그런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다. 모든 제목이 사자성어로, 좁은 행간 안에 깊은 뜻을 담아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전한다. ‘소음의 언어보다 안으로 고이는 말씀이 필요한 시대에 필요한 말씀을 담았다는 이야기다.

 

팽팽 돌아가는 세상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덩달아 일희일비하다 보면 내 안에 나는 없고 세상으로 꽉 차버린다. 나를 잃으면 허우대만 멀쩡한 쭉정이 삶이다. 조심하라, 마음을 놓친 허깨비 인생

 

내 인생이 허깨비 인생이 아니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까? 짧은 글귀에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짜여진 이 책은 그 허깨비 인생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법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자신의 현주소를 살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받아 안을 수 있는지 없는 지는 결국 자신에게 달렸다. 가까이 두고 생각날때마다 한구절씩 펼쳐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다 좋다. 지극히 옳은 말이기에 토를 달 꺼리도 이유도 없다. 그렇지만 사족하나 달자. 마음 붙잡기가 왜 개인의 노력, 실천의 여부로만 집중되는 것일까? 그 개인이 속한 정치사회적 환경을 쏙 빼버리고 모든 것을 개인의 문제로 시작한다면 그 시작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비종 2015-01-31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제도적인 한계가 개인 탓으로 치부되어 버리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홍세화님의 「생각의 좌표」에서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는가`라는 구절이 나오는 데요,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 의해 주입된 생각을 마치 자신의 생각인양 착각하며 살아간다더군요. 생각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거죠.
한때 다른 카페에서 `내삶의 주인`이란 닉네임을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요, 삶이든 마음이든 생각이든 주인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마음에 대해 생각하다 잠시 북플에 들렀는데, 눈에 들어오는 제목에 끌려 두서없이 적어봅니다.

무진無盡 2015-01-31 23:52   좋아요 1 | URL
늘 깨어있는 삶이라면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나비종 2015-01-3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기가 필요한 동사로서의 삶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 매순간 갈등을 많이 한답니다.

무진無盡 2015-01-31 23:59   좋아요 0 | URL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살아가다보니 갈등하는 순간이 줄어들더군요. 조건에 끄달리지 않은 자족의 삶이 가져온 결과가 아닌가 싶어요.

나비종 2015-02-0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삶을 살고 싶기도 하지만, 어제와 다른 오늘을 꿈꾸고 싶기도 해서요.
욕심이 많은 걸까요?

무진無盡 2015-02-01 00:15   좋아요 0 | URL
욕심과는 사뭇다른 느낌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에는 겉과 속의 조화가 기본이겠지만 때론ᆢ 이미 나이들었다는 반증일수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내일이기에 고요합니다

나비종 2015-02-01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다처럼 더 깊고 넓어져야겠습니다. 많은 걸 품고 받아들여도 고요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