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담(蓮潭) 김명국(金明國) 달마도(達磨圖)
조선 17세기 중반, 종이에 수묵,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윽한 눈매가 심상치 않다. 억센 매부리코, 풍성한 눈썹과 콧수염, 꽉 다문 입, 턱선 따라 억세게 뻗쳐 나간 구레나룻까지 옅은 색으로 얼굴을 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매에서 전해지는 묘한 느낌은 진한 먹색으로 굵고 빠른 붓놀림으로 그려진 옷에 의해 형성된 몸의 이미지 전체를 규정하기에 충분하다. 옷을 그린 외곽의 강한 선들에 의해 오히려 얼굴에 주목하게 되며 표정에서 전해지는 느낌을 온전히 받아 안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그림은 연담 김명국이 그린 달마도다. 조선 인조 때인 1636년 일본으로 가는 조선통신사의 수행화원으로 1636년과 1643년 2차례 통신사를 따라 일본에 다녀왔다. 일본에서 그렸던 수많은 달마도 중 하나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구입하여 국내로 들어오게 된 그림이라고 한다.
달마는 인도스님이다. 염화미소의 가섭 이래 제28대 조사(祖師)다. 중국으로 건너와 '마음으로 마음을 전한다'는 선종의 가르침을 최초로 펼친 중국 선(禪)의 제1대 조사가 되었다. 그는 9년 동안이나 벽을 마주하고 수련했다고 전해진다.
“달마도를 보면 달마를 알 수 있다. 거침이 없고 군더더기가 없다. 본질이 아닌, 바탕이 아닌 온갖 부차적인 껍데기들을 모조리 떨구어 낸 순수 형상이다.” 그렇기에 극도로 단순화한 달마의 모습에서 달마가 지향했던 선(禪)의 한 면모를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연담蓮潭 김명국金明國 또는 鳴國(1600~1662년 이후)은 조선중기를 대표하는 도화서 화원. 술에 취하여 붓을 든다고 해서 취옹(醉翁)이란 호도 있다. 연담은 선종화禪宗畵 특히 사진에서 보는 달마도達磨圖를 잘 그렸다. 조선 후기의 미술평론가인 남태응은 그의 ‘청죽화사(聽竹畵史)’에서 "김명국 앞에도 없고 김명국 뒤에도 없는 오직 김명국 한 사람이 있을 따름이다"라고 평하였다. 작품으로 설중귀려도(雪中歸驢圖), 심산행려도(深山行旅圖), 노엽달마도(蘆葉達磨圖), 기려도(騎驢圖), 관폭도(觀瀑圖) 등이 있다.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책 속의 그림을 다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