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집
송영화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좋은 글은 마음을 움직인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쉽게 도전하는 분야가 수필이 아닌가 한다. 형식이나 내용에 구애됨이 없이 솔직한 자신의 경험을 글로 옮기면 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글을 써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가슴 타게 하는 일인지 말이다. 만만하게 봤던 수필에 뜨거운 맛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글쓰기의 어려움을 실감하게 된다. 수필 쓰기의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잘 써진 수필을 접하고 나서 그만큼 쓸 자신이 없을 때가 바로 그때다.

 

모든 글쓰기의 완성은 수필로 모아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글쓴이의 솔직한 내면의 반영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자신의 은밀한 부분까지 진솔하게 그려낼 수 있을 때 그 글이 가지는 힘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짧지만 마음을 울리는 좋은 글 한편을 대하는 날 마치 그리웠던 님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는 것처럼 말리다.

 

송영화의 수필집 반집이 그렇다. 미사어구를 사용하거나 애써 꾸미지 않고서도 자신의 심정을 적절하게 전달하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오는 글쓰기다. 몰래 나선 여행, 오월, 그 푸름, X맨 명단, 오늘도 인샬라, 수라니말을 탓하면서도 등 총 5부로 구성된 반집에는 엄마로 딸로 어엿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그리고 문인으로써 자신이 일상에서 직접 겪고 느낀 일에 대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수필집의 제목을 선정하는데 주요한 글이 되는 몰래 나선 여행7살 어린 아들이 바둑에 입문하고 장장 12년 동안 바둑 안에서 생활하며 프로바둑기사에 입눈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가고 있다. 나약하지만 한 아들이 어느 날 바둑을 배우고 싶다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감동하여 바둑을 시작한 이래 입단하는 날까지 아들과 함께한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다.

 

야야, 백 집으로 이기나 반집으로 이기나 이기는 건 마찬가진데 뭐 할라고 자꾸 욕심을 부리노?”

 

철저히 승부를 가리는 것이 바둑이다. 그래서 반집이라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 한집도 아니고 반집이라는 그 차이까지를 가르고 나서야 승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접전이었다면 이긴 자나 진 자나 실력은 거기서 거기일 것이지만 그 반집 때문이 승패가 갈리고 운명이 바뀐다. 그런 바둑의 세계에서 프로기사가 되기까지 바둑 하는 아이를 위해 이사도 하고 전국을 따라다니면서 뒷바라지 한 엄마의 마음은 그 반집 차이의 승부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송영화 수필집반집에 담긴 이야기들은 그렇게 세상을 살아오는 동안 겪었던 일들에 대한 감회가 서려있다. 저자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는 할머니와의 생활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골무에 담긴 할머니의 마음씀씀이를 훗날이 되어서야 짐작할 수 있는 것이 되듯 나이를 들어가며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달라져 오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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