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은 남자
이상훈 지음 / 박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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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장영실을 불러오다

네덜란드의 거장 루벤스가 그린 한복을 입은 남자(A Man in Korean Costume)’의 그림 속 주인공은 누구일까?

 

먼저 1993년 출간된 오세영의 베니스의 개성상인에서는 정유재란 때 왜국으로 끌려간 후 유럽으로 팔려간 유승업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파란만장한 그의 일대기를 그려간다.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그가 한복을 입은 남자의 주인공 일 것이라 짐작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개성상인의 후예답게 전 유렵을 무대로 상업에 성공한 사람으로 그려졌다.

 

2014년 이상훈에 의해 새롭게 조명된 한복 입은 남자는 다르다. 루벤스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리고 조선에서 건너간 장영실로 이어지는 그림을 그려간다. 그 사이에 중국의 정화라는 실존 인물이 등장하여 이들의 만남을 매개하고 있다. 조선 초 세종 시절의 찬란했던 시대의 주역이었던 장영실의 사라진 역사에 주목하여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로 접근하고 있다.

 

먼저 장영실은 어떤 인물인가? 동래의 노비출신으로 종3품 대호군에 오른 입지전적인 사람이면서도 어느 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역사에서 사라진 사람이다. 자격루, 측우기, 신기전, 갑인자 등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위대한 발명품을 수없이 만들어내며 세종과 함께 조선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장영실이 가마를 잘못 설계했다는 이유로 철두철미했던 조선의 기록 문화 속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상훈이 주목했던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 도르래 원리를 이용한 기중기부터 다연발 로켓, 물시계, 비차의 모형도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수많은 스케치에는 우연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장영실과의 접점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 모티브로 하여 세종 시절 중국과의 마찰 그리고 중국의 대항해의 주역이었던 정화대장에 이르러 그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역사적 가정은 때로 역사적 진실로 진입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가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료와 고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복 입은 남자에서 이상훈은 루벤스의 그림 한복 입은 남자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꼬레아가 아니다 라는 것이다. 한복 입은 남자가 입은 옷은 애초에 성인 남자의 의복이며, 그 의복의 시대가 조선 중기에 들어서서 입었던 의복과는 차이가 난다는 것을 통해 이를 그림 속 주인공이 조선 전기 인물이거나 그 후손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림 속에 보이는 배의 모습이 그 당시에 유럽의 배 모습과는 차이가 나는 중국의 정크선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루벤스의 성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기적에 등장하는 조선인의 모습이 그것이다. 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 속에 등장하는 조선인의 모습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다.

 

하여, 이상훈은 장영실이 조선에서 사라진 후 중국의 정화대장을 만나서 대항해에 함께 나서고 오랜 시간을 걸쳐 유럽에 닿아 로마 교황을 만난 이후 피렌체 공국에서 동서양의 과학기술의 만남으로 이후 세계적인 발명품들이 만들어 졌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이는 오세영의 안토니오 코레아보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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