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집 예찬
김병종 지음, 김남식 사진 / 열림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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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품어 주는 한옥

오랜 소망을 이루고 계절이 더해지는 동안 선택하길 잘했다고 늘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그 선택은 대도시 인근 조그마한 시골마을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새소리에 눈을 뜨는 아침부터 서쪽 산 넘어 태양이 지고 달과 별이 빛나는 밤까지의 시간이 모두 내 것 인양 넉넉한 마음을 전해주는 곳이다.

 

그 보금자리는 흔히들 말하는 모양이 별난 이목을 집중시키는 집도 아니고 요사이 유행하는 덩치 큰 한옥도 아니다. 수 십 년 된 평범한 농가주택이면서도 우진각 지붕의 한옥이 가지는 나무와 흙의 조화가 어울리는 곳이다. 조그마한 규모가 만만하게 사는 사람을 감싸주고 서까래의 나무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 더 친근감을 주는 곳이다. 주변에 제법 큰 산이 있고 가까운 곳에 천도 흐르고 무엇보다 남쪽을 향한 시선을 가로막는 것이 없어 가슴이 시원하다. 이렇듯 내 보금자리는 인연 따라 주인이 정해지고 그 인연이 다하면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남을 해 갈 것이다.

 

한옥, 보통의 경우 덩치 큰 대가 집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것은 소수의 집에 한정된 이야기고 보통의 우리 민족이 살아온 생활의 근거지로써 주거기능을 가진 곳을 일컬어 한옥이라고 이름 붙여 왔다. 하여, 평범하지만 주변경관과 잘 어우러진 집이라면 규모에 상관없이 보금자리로써의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리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김병종의 나무 집 예찬은 성격을 달리한 한옥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한옥에 대한 오랜 소망을 가졌던 김병종이 좋은 인연을 만나 터를 마련하고 그 터 위에 한옥을 지으면서 각 분야 장인들과의 소중한 인연이 있었기에 한 채의 나무 집, 곧 한옥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듯나무 집 예찬에는 터를 만들고 집을 짓는 과정과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와 집을 완성하고 나서 계절을 보내는 동안 집 주변의 자연풍경과 이웃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이야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 김병종의 글에 시각적 효과를 더해주는 사진가 김남식의 사진이 있어 한 폭의 그림으로 만들어진다.

 

나무 집이 마련해준 작고 소담한 행복의 순간들은 그것을 느껴본 사람들에겐 귀중한 행복의 요소가 된다. 현대 사회의 질서에서 애써 조금은 벗어난 듯 한 일상생활이 주는 소소한 일상이 모여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 주며 그 안에 속한 사람의 가치를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곳으로써의 한옥에 주목코자 하는 것이다.

 

이는 요사이 대도시 인근의 시골마을을 둘러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한옥민박집이 주는 외형적 위압감과는 사뭇 다른 정서다. 주변경관과 어울리지도 않고 덩치만 커다란 것이 집이 주인인지 사람이 주인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을 지경인 그런 한옥은 아니라는 말이다.

 

나무 집 예찬에서 보여주는 멋스러운 풍경과 고급스러운 모습은 어쩌면 김병종의 집에 한정된 이여기가 아닌가도 싶다. 여건이 허락한다면야 고급스럽고 멋진 집을 지어 그 속에서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삶의 지혜가 담겨있는 삶의 보금자리로써의 한옥에 주목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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