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풍경 - 나이듦에 직면한 동양의 사유와 풍속 한국국학진흥원 교양총서 전통의 재발견 4
김미영 외 지음 / 글항아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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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회의 나이듦에 대한 고찰

우리 사회도 현재 고령화 사회를 넘어 2018년이면 고령사회가 된다. 이는 결국 나이든 노년층들이 사회의 많은 부분을 구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령사회의 주역들인 노년층들은 어떤 삶을 준비하고 누려야 할까? 한 해 5000명이 넘는 노년층에 속한 사람들이 자살하고 있다는 통계를 이를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급함을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년에 대한 종합적 고찰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전통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교양총서를 발간해 왔는데 ‘500년 공동체를 움직인 유교의 힘에 이어노년의 풍경은 그 네 번째에 해당한다. 관련 학자들이 모여 의견을 모으고 다수의 집필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생물학적 의미에서 노년은 육체적, 정신적 힘이 약해지는 때를 일컬어 말한다. 이는 왕성한 활동을 벌였던 청, 장년기를 지난 시기이기에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이젠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로 인식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 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인식이 노년에 대한 이해의 전부일까? 우리 선조들을 포함한 동양사회에서 노년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나이듦에 직면한 동양의 사유와 풍속을 통해 노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기회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노인의 열 가지 좌절이란, 대낮에는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으며, 곡할 때에는 눈물이 없고, 웃을 때에는 눈물이 흐르며, 30년 전 일은 모두 기억되어도 눈앞의 일은 문득 잊어버리며, 고기를 먹으면 뱃속에 들어가는 것은 없이 모두 이 사이에 끼며, 흰 얼굴은 도리어 검어지고 검은 머리는 도리어 희어지는 것이다.”성호 이익이 노인의 좌절 열 가지에서 한 이야기다.

 

예나 지금이나 니이듦이 반가운 이는 없을 것이다. 이런 나이듦에 대한 상대적 열망으로 자연스럽게 장수가 주목받았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사는 것에 바른 것인가에 대한 고찰도 당연히 함께했다. 막고자 한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니기에 순리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일 뿐이다. 그 예로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명성을 얻은 거장들이 노년을 사는 방식에 주목했다. 오랜 기간 노장 정치가로 황희와 신개, 일찍이 은퇴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즐기며 노년을 보낸 김상헌과 이현보의 삶을 보며 그 속에서 노년의 삶에 대한 다양한 태도를 살펴 다양성을 확인한다.

 

이렇듯 노년의 풍경에서는 조선 시대 노년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문학, 그림 등을 매개로 살피는 것을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의 노년에 대하는 풍속과 죽음에 이르는 여덟 가지의 주제를 통해 노년의 삶에 대한 의미를 이해한다. 다양한 인물, 그림, 풍속, 고전작품 등을 통해 동양사회에서 노년을 바라보는 시각과 이를 기반으로 어떤 삶을 꾸려왔는지를 보여준다. 우리 선인들이 어떤 노년을 보냈으며 그들로부터 배울 지혜와 경험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풍경을 흥미롭게 음미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노년이 문제되는 것 중 하나는 준비 없이 맞이한 노년에 있지 않을까 싶다.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해 후반기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조기에 사회로부터 퇴출당하고 나서 상실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이다. 이제 사회적으로도 이런 노년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하고 개인적으로도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야 한다. 이 양자가 적절하게 결합하여 삶의 경륜을 지닌 노년층이 사회 속에서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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