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한량없이
크나큰 물,
바다
그 위대한 세계"
정선(鄭敾), 통천문암도(通川門岩圖)
조선 18세기 중반, 종이에 수묵
하늘과 바다가 하나다. 큰 물결이 밀려온다. 조급한 파도가 아니라 거대한 움직임으로 그 중압감이 압도하고 있다. 요동치는 바다가 보여주지 못한 장중함이 있다. 물의 힘이 저절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 파도는 위협적으로 사람을 덮치지는 않고 있다.
강원도 통천 해변가에 마주보고 솟구친 두 절벽으로 그 이름이 문암(門巖)이다. 두 절벽 사이를 왕래하는 사람들에게 문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그 사이를 걷거나 말을 타고 자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파도로 인한 위협이나 조급함은 보이지 않는다. 분명, 파도 앞에선 인간의 왜소함이 전해지지만 억지스럽지 않다.
“공자께서 동산에 올라 노나라를 작게 여기셨고, 태산에 올라서는 천하를 작다고 여기셨다. 그러므로 바다를 본 사람은 물에 대하여 말하기를 어려워하고 성인의 문하에서 노닐던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물을 보는 데 방법이 있으니, 그것은 반드시 물결부터 보는 것이다.”
오주석은 통천문암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중심은 단연 파도에 있다. “바다가 덮쳐 온다. 끝없이 넓고 깊은 동해 바다, 그 푸르고 차가운 물결이 천군만마(千軍萬馬)처럼 천둥소리를 앞세우며 밀려온다. 인간이 대체 무엇이랴? 세상에 그 무엇이 이보다 더 장할 수 있으랴? 바다 앞에 서면 누구라도 왜소해진다.”하여, 바다의 위용에 주목한다.
“해천일색(海天一色). 온 우주가 한 흐름이다.”라고 본 오주석의 혜안이 부럽다.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책 속의 그림을 다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