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삶에 홀리다 - 손철주 에세이, 개정신판
손철주 지음 / 오픈하우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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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도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

어느덧 최순우와 오주석으로부터 시작된 우리 옛것에 대한 관심이 점점 우리 것에 대한 사랑으로 커간다. 나에게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했던 최순우와 오주석, 두 사람은 이미 고인이 되었다. 이 두 사람을 이어 손철주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이들은 각기 관심분야와 그 분야를 사랑하는 방법도 대주에게 다가서는 방법도 다르지만 오직 우이 것에 대한 지극한 애정에서는 같은 몫을 차지한다고 본다.

 

미술평론가로 익숙한 손철주의 이야기 맛은 따스한 미소를 동반한다. 그 절정이 이주은과 함께 출간한 , 그림이다가 아닌가 싶다. 그 외에도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등의 저작으로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손철주의 글 맛이 제대로 살아나는 산문을 모아 발간한 책이 이 책꽃 피는 삶에 홀리다이다.

 

꽃 피는 삶에 홀리다에는 그림과 한시와 책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세 깨의 꼭지로 묶었다. 첫 장꽃 피는 삶에 홀리다에서는 살면서 문득 깨닫게 되는 인생사와 어지러운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신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맛깔스럽게 풀아간다. 두 번째 장 사람의 향기에 취하다에서는 저자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옛 예술가들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하며, 세 번째 장 봄날의 상사(相思)를 누가 말리랴에서는 본격적으로 그림 이야기로 들어가 예술 작품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를 풀어내고 있다. 덧붙여 영원을 부러워하지 않는 찰나에서는 화가 사석원의 작품해설과 화가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시대 중심 키워드로 등장한 예쁜 남자신드롬을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저자는 미켈란젤로의 조각 다비드를 들어 동양이나 서양이나 정신이 드러나야 으뜸으로 친다며 외모지상주의 현 세태에 일침을 가하는가 하면, 은근슬쩍 남편 꼭대기에 오르려는 아내에게는 단원 김홍도의 고승기호를 들어 등에 탄 아내여, 내려오라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책이란 신통해서 글이 마음에 들면 저자가 남 같지 않다. 본 적도 없는 그가 아는 이 같다저자가 한 이 문장은 어쩜 독자가 책을 통해 만난 손철주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의 넉넉한 입담이 대상을 설명하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눈 앞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느낌까지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저기서 봐온 우리 옛 그림뿐 아니라 서양화까지 폭을 넓혀 독자들과 만남의 장을 넓혀간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저자의 한시에 대한 애정이다. 한시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풀어가며 그 속에서 진정 가치 있는 삶은 무엇이 담보되어야하는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옛 그림이나 한시 역시 사람의 삶에서 우러난 성찰의 담겨 있어야 제격이기에 둘 사이 절묘한 어울림이 있으며 이 양자를 두루 포괄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는 특유의 맛깔 나는 글 솜씨로 독자들에게 따스한 미소를 번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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