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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생각
이이화 지음 / 교유서가 / 2014년 10월
평점 :
개혁사상가로 허균에 주목한다
역사는 시각이 중요하다.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을 볼 때 보고자 하는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해설의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여, 같은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서도 판이한 결론을 도출하여 목적한 바를 주장하는 도구로 사용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필연코 등장하는 것이 자의적인 역사해석이다. 문헌적 근거를 무시하거나 자신dpo게 유리한 부분만을 확대해석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가 그런 것이다. 그렇기에 역사서를 선택하는 것도 어떤 사람에 의해 저술되었는가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허균의 생각’의 저자 이이화는 50여 년간 역사 탐구와 저술에만 몰두해 온 역사학자로 어려서부터 한학을 공부하며 문학에 열중하기도 했으나 한국학에 더 매력을 느껴 역사 분야로 방향을 돌렸다. 민족문화추진회, 서울대 규장각 등에 봉직하였고, 성심여대 등에서 역사학도들을 지도하였고, 서원대학교 석좌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한국사 이야기’를 비롯해 ‘동학농민전쟁 인물열전’, ‘이야기 한국 인물사’, ‘조선후기 정치사상과 사회변동’, ‘한국의 파벌’등이 있다.
허균이라고 하면 우선 ‘홍길동전’이라고 하는 최초의 한글소설의 저자로 기억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홍길동이라는 역사인물이 시사하는 바는 문학에서의 소설가로서보다는 그를 죽임으로 몰아갔던 정치적 사안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시대적 한계를 넘어선 그의 행보를 주목하여 그가 이루고자 했던 사회 변혁적 사고가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대사회에서 얼마만큼 유의미한 것인가를 확인하는 것이 역사인물 허균을 보는 이유가 될 것이다.
‘허균의 생각’은 명문가에서 태어나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이름을 떨쳤으나 끝내 역모죄에 얽혀 능지처참에 처해졌던 허균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선의 역사에서 허균만큼 철저하게 숨겨진 사람이 없을 정도로 묻힌 사람 중 하나이다. 우선 저자 이이화는 허균의 생애를 몇 가지로 나누어 살피며 그의 정치, 학문, 문학에 대해 상세한 이야기를 전개한다. 특히, 허균의 사상적 경향성에 있어 “천하에 가장 두려운 존재는 오직 백성뿐이다”라고 하는 ‘호민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허균의 생애와 사상에서 무엇을 중심으로 살피고 있는지를 시사한다.
또한, 익히 잘 알려진 허난설헌의 동생, 서얼출신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 유학자로 신분으로 불교와 도교를 비롯한 타 사상에 대한 그의 관심과 새로운 사상인 천주교를 최초로 도입한 사람 등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는 허균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균은 그가 살아 당시나 죽어서도 역사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한 주인공 허균에 대한 고찰은 그가 남긴 몇 편의 글로부터 시작하여 그의 정치, 학문, 문학의 지향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이에 저자는 그의 글을 기본으로 삼고 당시의 집권세력 비판적 시각을 살펴 허균에 대한 종합적 고찰을 시도하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허균은 “사대부의 자제로서 유복한 삶을 누릴 수 있었는데도 당대의 권위에 과감히 도전했던 그의 고발정신과 저항정신, 그리고 개혁의지와 냉철한 현실인식”은 개혁사상가로의 허균에 주목하고 있다.
역사학자 이이화의 역사를 보는 시각에 대해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이이의 십만양별설이 그것이다. 역사학계에서도 정의내리지 못한 불분명한 설을 기정사실화하여 이이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는 점과 당시 계급제도나 왕도정치를 인정한 것에 대해 허균의 사상적 한계로 지적하고 있는데 이 점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렇더라도 잊혀진 인물 허균을 불러와 그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시도하고 개혁사상가로서의 허균이 현대사회에서 주목받아야 한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