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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독
박완서 지음, 민병일 사진 / 열림원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박완서의 마음에 담긴 티베트와 네팔
늘 함께하기에 익숙한 자연도 때론 경외감을 불러오는 경우가 있다. 익숙하기에 지나치는 장면이 어느 순간 마음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크게 자리잡아 두고두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경험이 그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실제로 처음 보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직면할 때면 더 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이런 경험을 하고 싶은 마음도 한자리 차지할 것이다.
평생 동안 글을 써오며 자신이 써온 글로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소통했던 작가가라면 그런 자연환경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독자들에게 마음 속에 담긴 여운을 나누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여, 많은 작가들이 자신이 여행지에서 담아온 소감을 내놓으며 독자들과 다시 그 감정을 교감하곤 한다.
‘모독’이라는 여행기도 마찬가지다. 노작가 박완서가 티베트와 네팔을 여행하며 그곳에서 만난 대자연의 풍경과 그 풍경을 이웃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 자연과 사람에 대한 깊은 사유의 결과물을 담은 여행기다.
박완서, 그 이름 석 자로 수많은 독자들을 확보한 작가였다. 2011년 작고하여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작가 박완서가 이미 나이 들어 나선 여행길에서 만난 여행지에서 느낀 감회는 남다르리라 여겨진다. “내 생에서 가장 고된 여행이 되었다.”라는 고백을 남겼을 정도로 고된 여행이였기에 작가가 만난 티베트와 네팔은 남달랐을 것이다. 작가가 여행한 티베트는 중국화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기 이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한다. 달라이 라마의 망명정부에서 끝임 없이 독립을 호소하는 현실과는 조금 다른 환경으로부터 느낌 감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체투지로 성지순례를 향한 티베트인들의 마음의 근원과 사원에 봉안된 부처의 모습을 비교하고, 태초의 자연이 이러했을 것이라며 바라본 자연과 태양빛에서 느끼는 감성, 한족과 티베트인 상호간의 이질성 등 노작가의 마음을 괴롭히고 인간의 본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작가의 심정이 담겨 있다.
“우리를 용서하지 말아주오, 우리의 관광 행위 자체가 이 순결한 완전 순환의 땅엔 모독(冒瀆)이었으니”
모독, 사전적 의미는 ‘말이나 행동으로 더럽혀 욕되게 함’이라는 말이다. 작가는 여행지에서 이런 모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인간의 이기심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무엇이 이런 극단적인 단어를 사용하게끔 작가를 자극시켰을까? 친자연적인 삶을 파괴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을 모독하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자괴감이 아닌가 한다. “초원의 바람 냄새와 푸른 공기 냄새”를 문명의 이기들로 오염시키는 것은 결국 그 자연을 모독한다고 본 것이다.
작가 박완서가 글을 쓰면서 의지했다던 사진은 민병일의 작품이다. 시인이면서 사진가인 민병일은 독일에서 "유럽의 독자들에게 이전과 다른 새로운 시각을 선사했으며, 민두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데, 훌륭한 기획력과 좋은 주제 선택으로 나타나는 내용적, 개념적 재능과 섬세한 사진들로 감흥 되는 예술적인 재능이 있다"라는 평을 받는다고 한다. 박완서의 글에 눈이 되어 현장을 보고 있는 듯한 사실감을 담은 사진이 매력적인 책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