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품격 - 조선 지식인 문화의 정수, 한시 이야기
김풍기 지음 / 창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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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삶을 담은 한시(漢詩)

()가 일상에서 얼마나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올까? 특별히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현대인들이 시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시가 담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성찰하여 시인만의 언어로 표현된 시가 사람들의 일상에서 멀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것이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들의 일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삶이 자신을 돌아볼 기회조차 빼앗겨버린 탓으로 돌리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한시 작품을 남겼던 옛 선비들에게 시란 어떤 의미였을까? 조선을 살았던 선비들의 일상은 시, , 화를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가 시를 짓고 글씨를 쓰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선비 된 사람으로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풍습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또한 선비 된 자의 사회적 의무가 관료로 진출해 뜻한 바를 펼치는 것이었던 시대에 시를 짓는 능력은 필수조건이었다.

 

조선을 이끌어온 한 축인 선비들을 웃고 울게 했던 시는 당연히 한시였다. 이런 한시가 한자가 일상에서 멀어지면서 동시에 한시도 멀어졌다. 그렇지만 조선 선비들에게 한시는 출세의 도구이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았기에 한시에 담긴 옛 선비들의 정서와 뜻은 살아남아 온전히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 한시를 보다 가깝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김풍기의 한시의 품격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 주류 문화인 한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그 속에서 조선 지식인 사회와 문화를 읽어낸다. 한시를 매개로한 당시 사회적 환경을 읽고 있다. 한시를 공유하며 한시를 매개로 교류했던 사대부를 비롯한 승려, 중인들의 교류 속에서 당시 살았던 선조들의 삶의 풍경을 살핀다. 한시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시마와 같은 말이 등장했을까? 또한 옛것을 인용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문화에서 표절의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자존심을 건 문인들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되었는지, 날선 비평의 세계에서 한시가 어떻게 살아남아 전해지는지 등 조선 지식인 문화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서슴없이 들춘다.

 

한편의 시가 갖는 힘은 실로 막강했다. 철저한 신분사회였던 조선에서 그 신분제도를 무력화 시기도 했고, 권력의 길로 나아가는 과거시험의 당락을 결정지으며 술한잔에 밥까지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는 호구책이 되기도 했다. 이런 시에 대한 당시 지식인이었던 선비들의 열망을 짐작을 넘어선 자리를 차지한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한시를 두고 선비들이 느꼈던 희노애락을 살펴 한시의 존재가치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인다.

 

일상에서 멀어진 한시에 대한 애정으로 한시를 다시 읽고 그 한시에 담긴 사람의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책으로 반갑다. 한시의 창작 배경이나 한시를 누렸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시를 독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배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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