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야묘도추도(野猫盜雛圖)’

 

 

어이할꼬!

도둑고양이 잡으려다

우리 영감 먼저 잡겠소

 

그림이든 사진이든 순간의 포착이 생동감으로 살아나게 마련이다. 한가로웠을 한낮의 어느 시골집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혼비백산이다. 도망가고 쫓아가고 넘어지고 따라가는 장면을 기가 막히게 포착하고 화폭에 담았다.

 

야묘도추도’(野猫盜雛圖)'들고양이(야묘)가 병아리() 훔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은 김홍도, 신윤복과 함께 조선시대 3대 풍속화가로 불린 긍재(兢齋) 김득신(金得臣 1754~1822)이 그렸다. 긍재 전신첩에 실려 있는 그림으로 종이에 수묵 담채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시골집에 한번은 봤을 것만 같은 장면이라 친근감이 앞선다. 고양이, 어미닭, 병아리의 움직임도 생동감 있지만 무엇보다 남자의 품이 그럴 듯하다. 탕건이 벗겨지는 것도 마루에서 넘어지는 것도 아랑곳없이 들고양이에게로 모든 관심이 쏠려 있다.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그림에서 오주석은 이 장면의 압권으로 마나님을 주목한다. 병아리쯤이야 별거 아닌데 귀하디귀한 서방님이 다칠세라 야단이다. "어이할꼬! 도둑고양이 잡으려다 우리 영감 먼저 잡겠쏘!!!"

 

주제가 요란하다 보니 그림의 구성요소들도 어디라 초점이 없이 화폭 전체에 널브러져 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구도가 치밀하기 그지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흐르는 시선이다. 뜰이 살구나무 가지도 이 방향으로 뻗어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시선은 바로 마나님은 영감을 보고, 영감 앞에는 암탉이 있고, 암탉은 다시 들고양이를 쫓고, 고양이는 영감을 놀리듯 뒤돌아본다. 떨어지는 탕건조차 이 중심선 위에 놓여 있다.”

 

야묘도추도를 통해 오주석이 본 김득신은 맺힌 데 없이 쓱쓱 그어댄 붓질로 생동감을 살렸고, 특히 잔가지를 바깥에서 안쪽으로 툭툭 쳐 넣어 봄날의 움트는 생명력을 시사한 솜씨가 단원 김홍도와 어금버금하다고 평한다.

 

그림을 읽어가는 맛은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일 것이다. 그 모든 구성요소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그 그림만의 감성이 자신과 만나 공감을 일으키는 지점이 그림을 보는 멋과 맛의 절정이 아닌가 싶다.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책 속의 그림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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