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곽효환 지음, 이인 그림 / 교보문고(교재)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시 한 편 가슴에 담고 살아가자

가을의 문턱이다. 가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좁혀준다. 너무 추운 겨울은 오히려 사람사이의 간격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만들지만 가을은 마음을 무장 해제시켜는 힘을 가지고 있어 추운겨울을 대비하게끔 만들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가을은 마음으로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마음의 반응이다. 가을에 시가 주목받는 이유가 이와 다름 아닐 것이다.

 

때론 문장 하나가 가슴에 들어와 오랫동안 머물고 있으면서 한 사람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언어가 힘을 가지는 순간, 그 힘은 살아가는 힘이 된다. 언어로 표현된 인간의 창작물 중 시만큼 큰 힘을 가진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는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진다. 시가 담고 있는 문장들 속에 시인의 정제된 언어가 독자와 공감을 일으켜 만들어내는 힘일 것이다.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는 시인 곽효환이 중앙일보에 시간 있는 아침으로 독자들과 만났던 시를 모아 엮은 시집이다. 고은, 신경림, 천양희, 신달자, 정호승, 장석남, 안도현, 김혜순, 신동엽, 김기림, 도종환, 안현미, 최승호, 문정희, 유안진, 정현종 등 86편의 시를 싣고 각각의 시에 대한 곽효환의 도움말이 실렸다. 이미 고인이 된 시인을 포함하여 원로 시인에서 젊은 시인까지 다양한 시인들의 시를 만날 수 있다.

 

시가 가진 힘은 일상에서 독자들의 마음을 다독여 준다는 점일 것이다. 세상을 마주한 시인들의 가슴을 통과하여 시인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장면들이 묘사된 시는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가슴 속에 담긴 감정을 자극하여 공감을 불러온다. 그 공감은 사랑의 감정이기도 하고 삶의 성찰이기도 하고 자아실현의 구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시는 위로와 감동과 희망을 준다. 여기에 시인 곽효환의 해설은 시가 담고 있는 감정을 새롭게 느끼게 하면서도 일상에서 시인과의 만남이나 에피소드를 함께 이야기 하고 있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시를 보다 더 가깝게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더불어 화가 이인의 그림은 시를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적절한 어울림이 있다.

 

시를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 아름다운 대상을 끌어안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잘 떠나보내고 비워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가슴에 고여 있고 숨어 있는 서정과 서사를 퍼 올려 세상 밖으로 흘려보내고 떠나보내는 것이 시이고, 그것이 시인의 임무다.”

 

한 편의 시를 가슴에 담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 가슴을 가진 사람은 이미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좌절에도 불구하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바로 시가 이런 힘의 바탕으로 작용한다. 시인이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도 이것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그렇기에 시어는 힘을 가지는 것이리라.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이 문장이 담고 있는 감성은 탁월하다. 책을 선택하는 몇가지 기준 중 제목이 가지는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사람마다 무엇을 그리며 이 문장을 생각하더라도 그 사람의 깊은 내면에 살아있는 감성을 대변할 수 있는 문장이 아닌가 한다. 곽효환의 시 제목이기도 한 이 문장에 사로잡혀 시를 더 가까이 할 기회를 갖는다면 얼마나 넘치는 감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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