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13
루치아 임펠루소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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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이야기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옛 그림 속 장면을 보면 이야기가 그려진다. 산수화든, 풍속화든, 정물화든 상관없이 다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리의 옛 그림들이 주로 중국의 영향을 받았던 관계로 그 이야기가 담긴 그림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중국의 조사들을 알 수 있어야 올바른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서며 김홍도와 신윤복을 중심으로 한 풍속화를 보면 우리 조상들의 삶을 확연하게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그림을 통해 우리는 앞선 시대의 사람들이 살았던 삶을 한 장면을 만날 수 있으며 이는 곧 역사를 올바른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런 그림 속 이야기를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와 정서를 공유하지 못하는 서양의 그림을 만날 때는 더욱 더 난감할 때가 많다. 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익숙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서양의 역사에 대한 깊지 못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서 깊은 유럽의 도시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온전히 간직하고자 다양한 공간을 만들었고 현대에 이르러서까지 잘 보존된 그림이나 유물을 통해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하지만 관광의 명소가 된 그곳들에 소장된 유물이나 그림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감상하는 것일까? 그저 유명한 작가나 잘 알려진 유물이기에 호기심으로 찾는 것은 아닐까?

 

마로니에북스에서 시리즈로 발간하는 미술관 기행에 관한 책을 통해 만나는 서양의 그림들이 익숙하지 못한 이유도 바로 서양의 역사와 그들이 살아오며 쌓은 정서와 소통하지 못하는 점이 아닐까 싶다.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때 유명한 화가의 잘 알려진 작품들이 대부분이지만 정서를 공유할 만큼 소통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한사람의 독자로 어설픈 고백을 해본다. 조르조네, 티치아노, 만테냐, 틴토레토와 같은 초기 르네상스의 대가부터 조반니 벨리니와 같은 베네치아 르네상스의 전성기 대가까지 미술관의 일부를 지면으로 옮겨놓은 이 책은 특히 기독교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잘 알 수 없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불리한 조건 속일지라도 우수한 작품들을 지면으로 옮겨놓은 이 책을 통해 작품마다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서양사와 기독교 사상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작품이 아니라면 당시 시대상황이나 그 시대를 뚫고 치열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을 이해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주로 역사의 한 장면이나 종교적으로 의미 있는 장면을 담은 작품들은 그래서 본래적인 작품의 가치와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예술가는 자신이 수단으로 삼고 있는 장르를 통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예술가에 의해 그렇게 담겨진 이야기는 이제 작품을 감상하는 감상자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소통하며 예술가가 주목했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이 과정이 정서상 교감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전재된다면 더욱 원활한 소통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감상자의 자기 정서에 의해 예술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예술가나 감상자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예술가의 기술적 능력이 탁월하다면 작품 속에 마련해 놓은 예술가의 이야기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한 작품 감상을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세계 미술관 기행을 발간하는 의도와도 충분히 교감되는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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