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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 혼자 서다 - 34살 영국 여성, 59일의 남극 일기
펠리시티 애스턴 지음, 하윤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혼자 서본 사람의 기록
살아가는 동안 철저히 혼자인 적이 있을까? 사회적 존재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다. 그 사이에서 잠시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제법 긴 여행기간을 설정하더라도 그 여행하는 동안에도 사람들 사이에서 움직이게 된다. 그렇다보니 사람들을 떠난 삶이 스스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짐작도 못하게 된다. 가끔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주인공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것도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한 결과물일 뿐이다. 하지만 때론 사람사이를 떠나 극지방에서 수십 일 동안 혼자만 자연의 품속에서 철저히 혼자만의 생활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세상의 끝에 혼자 서다’는 바로 그렇게 혼자 극지 남극대륙을 횡단하는 동안의 기록을 담은 이야기다. 물리학자이자 기상학자인 영국인 여성 펠리시티 애스턴이라는 사람이 남극대륙을 스키를 타고 거대한 자연과 힘겨운 시간을 함께한 여정에서 스스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우렸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눈뿐이며 곳곳에 얼음 균열을 피하며 1700여 킬로미터를 59일 간에 횡단한 고독한 여정의 기록이다.
남극 대륙은 남극권 내부에 위치한 유일한 무인 대륙(1,300만 ㎢)으로 표면의 98%가 빙원으로 덮여 있으며, 지구 민물 매장량의 90%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남극 대륙을 방문한 사람들로는 1773년 제임스 쿡을 시작으로 1911년 12월 14일 노르웨이 탐험가인 로널드 아문센이 1912년 1월 18일 영국 탐험가인 로버트 스코트가 그 후 미국 탐험가인 리처드 비어드도 남극대륙을 탐험하였다. 이후 남극에는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기지가 설치되어 있고, 우리나라도 1988년 킹조지 섬에 남극기지를 설치하여 남극의 연구와 이의 평화적 이용에 동참하고 있다.
사람은 대자연 앞에서면 경외감을 갖는다고 한다. 그 경외감은 자연의 위엄에 범접할 수 없는 기운 앞에 인간의 왜소함의 다름 아닐 것이다. 극한의 지역 남극 대륙에서 극한의 날씨보다 더 깊은 고독과의 싸움을 견뎌내는 인내의 힘은 어디에서 생길 수 있을까? 80킬로그램에 달하는 썰매를 끌며 스키를 타고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고 어쩌다 남극 횡단철도라는 연구기지 물자보급열차의 바퀴자국을 만나 사람을 만나듯 반가움을 느껴야 하는 여정이라면 굳이 경험하지 못한 일일지라도 그 여정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울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험난한 여정을 왜 나선 것일까? 남다른 도전정신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무엇이 있다.
저자이자 남극 대륙을 횡단한 펠리시티 애스턴의 족적을 따라가다 보면 안전지대를 벗어난 사람의 심리적 변화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혼자 말에 익숙해지고 태양과 이야기하며 인간의 흔적으로 인한 오염을 막기 위해 소변마저 봉지에 담아 가져와야하는 보호지역을 지나면서도 한 순간도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내면의 힘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모험도 보통의 모험이 아니기에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성이라서가 아니다. 인간의 힘의 한계를 무한히 확장한 이 도전은 안전지대에서만 살아가는 동안에도 잊고 사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불러와 세상의 끝에 혼자 서 본 사람의 외침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