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개척자 나운규 살아 있는 역사 인물 5
조희문 지음 / 다섯수레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같은 삶을 산 나운규

차가운 겨울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는‘변호사’라는 영화가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그 시대를 정의롭게 살았던 변호사를 중심으로 시대정신을 이야기 하고 있는 모양이다. 주목 받고 있는‘변호인’과 같이 한국영화가 우리들 사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언제쯤일까? 할리우드 직배영화에 밀려 국내 영화를 보호해야 한다는 쿼터제가 존재했던 나라에서 이제 영화는 문화의 한 측면에 우뚝 서서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소통하는 수단이 된지 오래다.

 

한국영화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100년도 안된 영화의 역사에서 한국영화의 시작과 함께한 한사람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들 것이다. 그 사람이 바로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로 적극적으로 활동한 한국영화의 역사로 불리는 아리랑의 ‘나운규’가 그 사람이다. 나운규는 1902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활동적인 성격으로 친구들과 이웃들로부터 주목받았고 순회극단의 공연을 보면서 연극에 관심을 가졌고 북간도 명동학교로 진학 후 독립운동에도 관여하며 3.1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일본경찰에 쫓기는 몸이 된다. 이후 러시아를 전전하다 국내로 들어와 서울로 유학하여 영화와 만나게 된다. 이것이 나운규의 삶을 결정짓는 계기가 된다.

 

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후 배우로 출발하여 영화판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간다. 일본인에 의해 시작된 영화보급은 한국인들에 의해 한국영화를 제작할 취약한 기반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었다. 일본인의 자본과 제작자에 의해 출발한 한국영화는 변사가 있는 무성영화였으며 이후 점차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유성영화시대를 맞이한다. 이러한 영화역사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간직한 나운규의 삶을 추적하는 책이 발간되었다. 살아 있는 역사 인물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는 다섯수레 출판사의 ‘나운규’가 그 책이다.

 

이 책 ‘나운규’는 다섯수레 출판사의 “우리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통해 그들이 남긴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 보는 역사 인물 평전”이라는 기획의도로 발간된 책이다. 인물평전이기에 그 사람의 삶을 조명하는 것으로 태어나서 성장과정과 주목받는 업적을 남긴 부분을 찾아 그려간다. 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할 수 있다. 삶이 그렇게 한가지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려지는 나운규는 오로지 ‘영화’에 집중되고 있다. 하여. 가족관계나 기타 영화와는 상관없는 부분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하고 있을 정도로 짧게 그려진다. 아리랑으로 대표되는 나운규 영화의 정신을 그래서 나운규가 어렸을 적 독립운동과 관련되어 일본경찰에 연행되었던 부분을 언급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 무엇인가 빠져 있는 듯 헐렁한 느낌이 강하다.

 

그렇더라도 한국영화의 역사를 알려면 서른여섯 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나운규의 삶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에 자연스럽게 한국영화의 역사와 나운규의 삶은 닮아 있다. 그렇기에 한국영화의 현주소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나운규가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대를 시작으로 그 역사를 이해해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외국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한국영화의 발전은 바로 그러한 사람들에 의해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변호인’으로 돌아간다. 문화를 이루는 여러 장르의 속에서도 영화만큼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찾기는 어렵다. 시청각으로 사람의 감정에 직접 호소할 수 있는 영화의 장점이 충분히 발휘되어 시대가 안고 있는 딜레마를 보여주고 이를 해결할 단초를 제시할 수도 있는 영화의 순기능에 주목하게 만든다. 여전히 영화제작 환경은 열악하다고 말할지라도 우수한 영화는 대중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런 영향을 대중은 수렴할 수도 있다. 이 책을 통해 나운규의 영화에 관한 삶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