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생각 - 퇴계와 호남 선비들의 만남과 교유 오래된 만남에서 배운다 2
이상하 지음, 한국국학진흥원 / 글항아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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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은 사람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곁에 늘 사람들이 있다. 가족, 동료, 연인, 친구를 비롯하여 스승과 제자 등 이러한 관계 속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만남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이러한 만남이 특별히 기억되거나 소중한 만남으로 생각되어 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유야 많겠지만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일반적 가치의 기준이 변한 것은 아닌가도 싶다. 시대를 불문하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만남이 있고 우리들은 그들의 만남의 과정을 통해 가치 있는 인간관계는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곤 한다.

 

그 중 한 예로 조선시대 유학자 퇴계 이황과 기대승의 만남은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만남으로 회자되고 있다. 우선, 퇴계 이황하면 거대한 학문적 성과를 남긴 유학자로 기억된다. 중국의 주자학이 조선에 유입된 이후 조선만의 독자적인 주자학을 일으켜 세운 대학자로 기억된다. 퇴계 이황은 그러한 학문적 업적 뿐 아니라 순수한 인품의 소유자로도 유명하다. 대학자로써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을 짐작케 하는 그의 편지글이나 시문 등 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책 ‘퇴계 생각’은 그런 퇴계의 학문적 성과와 인간적 교류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영남학파의 거두이면서도 지역적 차별 없이 호남 유학자들과의 교류에 집중해서 조명하고 있다. 퇴계 이황이 호남의 벗들과 만나 참된 우정을 나누고 진지한 학문적 담론을 펼친 얘기들을 담담하게 묶어놓고 있다.

 

'퇴계의 생각' 구성은 1장 ‘퇴계의 삶을 따라가며’에서는 퇴계의 삶과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그가 살아온 여정을 따라갈 뿐 아니라 호남 유학의 흐름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하고 있으며 이 책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2장 ‘퇴계와 호남 선비들’에서는 호남의 유학자인 하서 김인후, 금호당 임형수, 면앙정 송순, 석천 임억령, 칠계 김언거, 행당 윤복과 세 아들, 풍암 문위세와 죽천 박광전, 천산재 이함형, 사암 박순, 고봉 기대승과 퇴계 이황과의 만남을 중심으로 그려간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유학사상 가장 큰 흔적을 남겼던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 간의 편지를 통해 ‘사칠논변’에 대한 학문적 토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당연히 2장에서 담고 있는 퇴계 이황과 호남 유학자들 사이의 만남이다. 이 만남이 이뤄진 공간은 당시 정치의 중심이었던 한양에서 벼슬살이 하는 과정에서 만났다. 성균관에서 공부하거나 벼슬살이하는 조정에서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돈독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모든 만남이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지만 특히 당시에나 오랜 시간이 지난 현대에도 주목받는 것이 퇴계 이황과 기대승과의 만남이 될 것이다. 이들의 만남은 당파나 정파에 의해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에서도 흐름에 휩싸이지 않았으며 나이의 차이를 넘어서 마음을 나누는 벗으로 학문을 논하는 제자와 동료로 소통하게 된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당파적 이해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오늘날 정치인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호남 유학자들과 퇴계 이황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인근 유작을 찾아 그들의 아름답고 소중한 만남을 찾아보고 싶다.

 

모든 만남은 소통을 전재로 이뤄진다. 소통의 부재는 동상이몽을 꿈꾸게 하며 그런 만남은 결코 아름다운 만남이 될 수 없다. 이는 일상적인 만남뿐 아니라 학문을 논하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사 검정 교과서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학자들의 논쟁을 보면서 저들이 어떻게 같은 자리에서 토론한다고 모여 있을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소통은 상대방을 인정하는 가운데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펼치는 것을 통해 이뤄진다. 모두가 소통을 말하지만 누구도 그 소통의 마음가짐은 없어 보였다. 수백 년 전 퇴계와 학문적 토론을 펼쳤던 유학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과 소통’를 외치는 현대사회에서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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