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림을 보는 법 - 전통미술의 상징세계
허균 지음 / 돌베개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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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나들이에 함께할 참고서

일요일 오전 TV쇼 진품명품을 자주 본다. 선조들의 혼이 담긴 작품에 대한 가치가 얼마인지도 흥미롭지만 그보다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전문가들에게 들을 수 있어서 관심 있게 보곤 한다. 선조들의 작품 속에 암호처럼 등장하는 다양한 소재들을 알아야지만 작품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으며 시대 배경과 더불어 작가의 의도나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듯 말듯 아리송한 암호를 하나 둘씩 알아가다 보면 작품이 만들어지게 된 시대의 사람들 관심사가 무엇이며 왜 그러한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러한 상징은 왜 등장한 것일까? 자연과 더불어 수없는 고난을 헤쳐 나오는 과정에서 인간들이 겪었던 다양한 경험은 행복을 추구하는 근본 마음에 소망을 심었고 그 소망을 기원하는 마음이 하나 둘 상징으로 나타나 사람들의 일상에 필요한 도구를 비롯하여 그림이나 화가들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온 것이리라.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사람들의 삶 또한 변하기 마련이기에 오늘날 그러한 상징을 이해하는데 한계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를 알지 못한다면 옛 그림 또한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징을 쉽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답답한 것 또한 현실이다.

 

허균의 ‘옛 그림을 보는 법’을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저작으로 보인다. 저자는 옛그림을 경치와 흥취, 그리고 이치, 사군자, 풍류와 문방청완취미, 시 속의 그림, 그림 속의 시, 행복과 길상에의 소망, 신선 세계의 동경, 은둔과 은일, 절조와 의행, 고사인물화, 왕권과 상서의 징표, 환상의 금수, 문자도에 이어 색에 이르기까지 열세 가지로 주제로 분류하고 그에 대한 해설을 곁들인다. 주제에 걸 맞는 작품과 함께 저자의 해설을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중화문화권에 속했던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중국의 유가 사상이나 도가 사상에 영향을 받았듯 우리 옛그림 속에 등장하는 많은 상징들이 그로부터 기인하고 있다. 한자의 발음과 상징이 나아내는 대상들의 발음이 비슷하거나 같다는 것으로 등장하는 상징들이 현대인들 생각과 동일시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옛사람이 그랬다고 하니 그러려니 이해하면 그만 아닐까 싶다. 그렇더라도 작품의 제작 당시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그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그러한 상징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선조들의 삶을 이해하는 한가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림도 결국 사람들의 일상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 일상 중 많은 부분이 어떻게 하면 많은 자식들과 건강하게 오랜 시간 행복하게 살 것인가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내 늘 곁에 두고 누리거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러한 소망을 건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은 아니다. 오늘날에도 승진이나 개업, 돌잔치, 회갑 등에 선물하는 경우 그에 부응하는 내용을 담아 건넨다. 그렇게 이해한다면 옛그림을 보는데 한결 쉽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50여 작품들을 보면서 실전 연습을 한다는 생각으로 가까이 두고 보거나 박물관 나들이에 들고 가서 참고해도 될 참고서가 아닌가 싶다.

 

모처럼 박물관나들이에서 만나게 되는 옛그림들을 보며 당황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혹 일행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아는 바를 바탕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 기틀이 이 책을 통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을 넘어 우리 전통 미술 전반에 걸쳐 한발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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