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오케스트라, 우주의 선율을 연주하다 - 처음으로 읽는 궁중음악 이야기
송지원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 음악 속에 사람의 삶이 보인다
같은 책이 개정판을 내는 이유는 당초 출간 당시와는 달라진 상황이나 저자의 자신의 글에 대한 책임감 등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아주 흥미있게 읽었던 책을 다시 손에 들고 어 이거 읽었던 책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까지 읽다가 다시 저자부터 확인하고 서재의 책장을 뒤져 먼저 읽었던 책을 찾아 하나 둘 비교해 본다. 하지만, 별 다른 차이를 별견하지 못한 경우엔 실망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더라도 다시 들게 되는 것만큼 큰 관심사이기에 글자하나 빼놓지 않고 읽어간다. 이 책은 '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의 개정판이다.

 

국악에 관심을 갖고 대금을 공부하기 시작한지 5년 반이 넘어서고 있다. 대금을 손에 잡기 시작한 것은 책을 통해 알았던 조선시대 사람들의 풍류와 멋을 나도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지나치다 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동기가 되었다. 그렇게 대금을 공부하는 동안 함께 만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속에서 비슷한 정취를 맛보곤 한다. 선조들이 누렸던 음악을 통한 멋과 맛은 시대가 변하며 차츰 달라져왔지만 여전히 그러한 정신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오늘날에도 많이 있다.

조선시대 선조들의 풍류를 이야기 하는데 빠지지 않은 장면이 있다. 홍대용과 박지원 등이 어울리며 함께 놀았던 장면이다. 달 밝은 밤 거문고를 비롯하여 대금, 해금, 아쟁, 피리 등 온갖 악기를 끼고 흥에 겨워 서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얼마나 정겹고 흥에 겨웠을지 잠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유교적 세계관이 지배했던 당시 그들은 신분의 차이, 나이의 차이를 불문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스스로들의 감정을 나타내곤 했다. 그저 부러울 뿐이다.

'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의 개정판 '조선의 오케스트라, 우주의 선율을 연주하다'는 우리 음악에 대한 뿌리를 찾아보고 그것이 활용되었던 중심적인 무대를 살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악원은 조선시대 우리음악의 한 분야였던 아악을 만들고 이어오며 연주하던 것을 관장하는 부서였다. 소이 말해 궁중음악을 담당했던 관청을 부르는 말이다. 오늘날 국립국악원의 뿌리이며 정악이라는 이름으로 그 맥을 이어오고 있고, 민속악과 함께 우리음악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우리음악 중 아악이라고 칭하는 궁중음악은 국가의 중요행사에 결코 빠질 수 없는 중요부분이었다. 국조오례의에 의해 치러지는 모든 행사에 합치되는 음악을 악학괘범에 명시된 바를 토대로 행했던 것이다. 이는 유교가 국가이념이었던 상황과도 합치되는 것이며 예와 악은 분리될 수 없다는 기본사상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그렇기에 국가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되고 유지되어 온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 걸맞게 장악원을 중심으로 주변 풍경을 비롯하여 그들에 대한 국가적 정책, 음악과 악기, 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다. 음악 역시 사람이 중심이 되어 그때의 감정을 운율에 실어 나타내는 것이기에 사람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분야다. 이 책 역시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삶의 철학이 음악이라고 하는 표현 방법에 의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하는 것도 살필 수 있어 덤으로 앞선 사람들의 세상사는 모습을 만나는 즐거움도 덤으로 선사한다.

맹사성, 박연, 성현, 임흥, 정렴, 허억봉, 허의, 한립, 이연덕, 김용겸 몇 사람을 빼고는 생소한 이름들이지만 이들은 노력에 의해 오늘날까지 우리음악이 전승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물론 이들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던 것은 세종, 세조, 정조를 비롯한 음악에 뛰어났던 임금들의 배려에 의한 것이었다.

대금을 공부하는 기간 동안 악기를 보고 그것을 정확하게 알아보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한마디로 우리음악에 대한 현주소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 책에서는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을 비롯한 우리 악기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악기의 문헌상 유래를 비롯하여 그 악기가 가지는 음악적 색채, 역사적으로 그 악기의 명인들까지 두루 알려주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樂而不流 즐거우나 지나치지 않고
哀而不悲 슬프나 젖게 하지는 않으니
可謂正也 바르다고 이를 만하다

가야금의 우륵이 신라로 들어가 제자들에게 자신의 가야금을 전수하는 동안 제자들이 망해가는 가야국의 음악이라고 하여 스승의 음악을 나름대로 정리했던 연주를 듣고 말한 것이라 한다. 이 속에 음악을 대하는 우리 조상들의 마음이 다 들어있지 않나 싶다.

저자의 노력을 통해 우리음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한발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 같아 반갑기만 한 시간이었다. 음악이 나와는 동떨어진 대상으로만 생각할 때 음악이 주는 깊은 감동은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기회로 우리 정서에 맞는 우리음악이 주는 깊은 울림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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