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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노비들, 천하지만 특별한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평점 :
조선을 구성한 한 축, 노비
한 사회를 이해하는 대는 다양한 조건이 있을 것이다. 흔히 조선시대를 양반을 중심으로 한 사대부들의 나라라고 할 때 올바른 시각일까? 양반은 이라는 존재는 그들을 뒷밭침하는 다른 존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사회적 신분으로 이해해야 비로소 조선이라는 사회의 한 면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지배자 중심의 시각은 은연중에 피지배자의 존재를 망각하게 하는 오류를 범하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조선사회를 주성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조선의 역사를 올바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아침에서 출간한‘조선 노비들’은 조선사회를 구성한 주요한 계층이었지만 신분적 한계로 인해 조망 받지 못한 노비들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조선사회를 다룬 수많은 역사책 중에서 노비에 주목한 책으로는 2010년 너머북스에서 발간한 저자 임상혁의‘나는 노비로소이다 : 소송으로 보는 조선의 법과 사회’이후 오랜만에 접하는 책이다. 두 책의 주인공은 노비이지만 노비를 바라보는 시각에선 차이를 보인다.
앞서 발간된 ‘나는 노비로소이다’는 1586년(선조 19년) 전라도 나주 관아에서 자신이 노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중심으로 사법제도를 통해 조선사회에서 사회구성원으로 노비들의 신분적 한계를 대해 접근하고 있다. 반면 김종성의 ‘조선 노비들’은 노비의 개념, 기원, 결혼, 직업, 사회적 지위, 유형, 의무, 법률관계, 재산, 자녀, 면천, 저항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며 조선사회에서 노비들이 처한 사회구성원으로써의 노비와 노비제도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이다.
‘조선 노비들’의 저자는 우선 조선사회에서 사회구성원으로 노비들이 전체 인구 중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는 점을 주목한다. 그렇게 많은 노비들이 존재한 조선사회를 양반을 중심으로만 바라본다면 중요한 한 측면을 놓치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저자의 노력에 의해 발간된 이 책은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조선사회를 노비를 통해 서민들의 삶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노비 열여덟 명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며 노비와 노비제도 실체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특정한 사례를 중심으로 일반화 시켜 조선 사회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조선 사회는 ‘노비는 벼슬길에 나갈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농업·공업·상업·병사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법률로 정하여 놓았다. 이에 따라 노비의 사회적 활동은 제약을 받는다. 이를 기초로 바라본 노비들에 대한 일반적 시각에 대해 이 책은 충격적인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조선 중기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박인수, 중종 대의 문신으로 공조판서와 형조판서를 지낸 반석평, 조선 태종대에 의흥삼군부의 좌군에 속한 공노비였던 ‘부자 노비’불정, 6세기 조선 문단을 풍미했던 백대붕, 주인을 충심으로 섬기는 유희경 등이 그들이다. 신분사회에 꽉 막혀 숨 돌릴 틈도 없었던 조선 사회의 무엇이 이들의 이런 삶이 가능하게 한 것일까?
이처럼 저자는 우리가 일반상식이라고 부르는 역사지식의 한계를 실체를 보여준다. 사료에 묶여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확인하며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나는 노비로소이다’나 ‘조선 노비들’처럼 기존 학자나 학계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을 소개하는 책의 발간이 그래서 반가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