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조선 프린스 - 조선왕실 적장자 수난기
이준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운명의 무게에 넘어진 세자들

법적으로는 신분제가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왕자라는 존재에 대해 상상하는 것은 사람들의 바람이 가미된 상상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왕이 존재하는 영국이나 일본 등 몇몇 나라들에서 왕자의 신분도 절대 왕권의 시대와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것 또한 사실이다. 모든 것이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처럼 현대사회에서 왕이나 왕자, 공주 등 특별한 신분의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진 것이 당연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왕이나 왕자에 대한 호기심이나 부러움 등은 존재한다.

 

경제력이 거의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현대사회에서는 부의 정도가 신분을 대신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달라진 이미지가 있으나 그들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실제 왕권의시에 왕자의 신분으로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보는 왕자의 모습이 우리가 아는 왕자의 삶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닌 현실에서 수 백 년 전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글자 속에 담겨진 인물들을 현실로 불러오는 일이니 어쩌면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우리들에게 왕자의 이미지는 현대인의 눈으로 재해석된 극이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모습이 전부가 아닐까?

 

‘비운의 조선 프린스’는 왕조시대인 조선의 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왕자들 중에서도 차기 정권의 주인공으로 낙점 받은 세자들의 이야기다. 부귀영화, 명예, 권력을 모두 차지할 예정자로 내정된 왕자이기에 그들의 삶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실제적인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제목처럼 세자로 책봉된 왕자들의 삶은 만만치 않았다. 흔한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세자의 모습도 궁궐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싸움에 피해자로 그려진다. 조선 왕조의 권력세습 구도는 왕이 죽으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왕권의 승계 보장도 확실치 않았고 거기에다 파벌간의 정치싸움에 희생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왕권을 이어야 할 중요한 인물이었기에 궁궐 생활 전반에 대한 다양한 장치에 의해 통제도 세자의 삶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주목하고 있는 세자들로는 불노와 지운, 양녕대군, 월산대군과 제안대군, 영창대군, 소현세자 등이다. 저자가 이들에게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자로 책봉되고도 부왕보다 먼저 죽거나 폐세자가 된 사연들이 그들의 고단함 삶을 표현해 주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이 책은 조선 왕조의 권력세습 과정에서 희생양이 된 세자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저자가 제시한 기준은 태종 이방원이 만든 왕조의 권력세습 구도인‘적서차별’과 ‘적장자계승’의 원칙이 어떤 작용을 하였는지를 살펴 왕자들의 삶을 무너뜨렸는지를 중심으로 그들의 비극적인 사연을 살펴보고 있다.

 

역사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의 판단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시대에 역사를 보고 이해하는데 필요한 시각은 무엇일까? 아직 해결되지 못한 근현대사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그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어쩜 사실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세자들의 삶을 이해하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인조왕의 소현세자의 경우 청나라에 볼모생활에 대한 평가가 그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기존의 평가와는 다른 시각을 내놓고 있다. 당시 조선이 처한 국제정치 권력의 이행기에 어떤 시각으로 당시 조선의 현실을 봐야 하는지 등에서 소현세자의 볼모생활 중에 소현세자와 청나라와의 관계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분명한 것은 역사는 지난 시간의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는 점이다. 역사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점의 문제와 직결되며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가 바라보는 시각이 옳고 그름의 문제를 판단하기에 앞서 역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한 질문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