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해도 벌받는다
유태영 지음 / 북치는마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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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지닌 생명력을 확인 한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도 나만의 글을 쓰고 싶다. 거창하게 문학이나 시 또는 여행기라는 타이틀이 없더라도 살아오며 겪은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한 감상이나 느낌을 솔직한 언어로 표현하고 싶다는 소망이 그것이다. 내가 글을 쓴다면 그 중심주제는 아마도 살아오는 동안 겪은 일상이거나 특별히 주제를 선정하여 글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사는 주변에서 내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공간에서 느끼는 마음과 그런 공간을 찾아다는 동안 그 대상이 내게 전해주는 무엇을 담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이 생각으로만 머문다면 그 소망은 끝내 이루지 못하고 말 것이다. 아주 짧지만 가슴에 전해지는 느낌을 메모로라도 남기며 그날을 대비하는 것이 준비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하고 있다.


옛 문인들의 글은 대부분 이렇게 일상에서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담은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더라도 그 글들 속에는 그들의 가치관이 녹아 있으며 삶의 진정한 맛을 느끼게 하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 아무리 가벼운 글일지라도 말이다. 하여 그런 글을 읽으며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읽을 수 있는 것이고 나아가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의 내용과 지향점을 발견하는 기회를 만나기도 한다. 결국 글이 가지는 힘의 원천이 이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글들을 흔히 에세이나 산문이라 칭한다. 에세이나 산문은 쉽게 쓸 수 있는 글로도 말하지만 글을 써 본 사람들은 꼭 그렇지 않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다. 문장 하나를 완성하기에 얼마나 깊은 고뇌와 수없이 반복되는 수정이 필요한지 말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오는 글들이 다른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글쓴이와 독자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문인들은 너나없이 그 글 속에 담긴 진정성과 솔직성이 전재 되어야 공감과 소통이 된다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들 한다. 이 점이 에세이나 산문이 쉽게 쓰는 글이지만 그만큼 더 어려운 글이 되기도 한다.


이 책 ‘순진해도 벌 받는다’는 국문학을 전공하고 소설을 써오며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저자 유태영의 산문집이다. 저자의 일상이 중심이지만 그 속에는 다른 작가들의 일화도 소개되어 있고 문예창작에 관한 저자의 생각도 들어 있다.


오십을 바라보는 독자보다 한세대 먼저 살았던 사람들이 한국사회를 살아오는 동안 겪은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내가 삶에서 당면한 일상의 고민과 그리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매화향기에 대한 단상, 학창시절 친구와의 사귐, 자식을 키우는 아빠의 심정과 같은 이야기들 속에는 시대를 뛰어 넘는 삶의 지혜는 얼마나 현실을 직시하는가에 달렸다는 말처럼 저자의 글이 그만큼 삶에 대한 진실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4부에 나오는 이광수, 채만식, 김유정 등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는 무엇이 있어 시대와 개인의 삶 그리고 그런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태도를 통해 미래를 살아갈 독자들에게 무엇이 올바른 삶인지 돌아보게 한다.


인간의 역사에서 글이 가지는 힘은 무엇일까? 수천 년이 지난 글도 현대인들에게 공감과 소통을 불러오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생각도 변해왔지만 여전히 글 속에 담긴 고민은 남아 있다. 그 고민이 현대인들에게도 고스란히 있기에 시간과 장소를 건너 생명력을 가진 것이리라. 다시 시간이 그렇게 흘러 수천 년이 지난 후를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지금 사람들이 남긴 글들 속에서 삶과 미래의 지혜를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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