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9 : 우리 산하 - 숨겨진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9
신정일 지음 / 다음생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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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신택리지의 의미는?

산이 뚫려 더 이상 고생하며 산을 넘을 일도 없고 다리가 놓여 건너편에 어떻게 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며 사람 사는 집은 천편일률적인 모양으로 사람의 생각까지 규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월이 변하고 국토가 변하고, 문화가 바뀌었지만 사람 사는 본질은 그리 크게 변하지는 않아 보인다. 아니 겉모습이야 많이도 변해 이제 더 이상 지구촌은 겉모습만으로는 같은 모양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지금 자신이 발딛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가 먼저다. 그러기 위해서는 달라진 산천과 문화에 대해 올바른 인식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300여 년 전 이중환이 ‘택리지’를 지은 까닭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중환이 자신이 살던 시대와 호흡하는 방식으로 선택한 것이 택리지고 김정호는 대동여지도였을 것이다. 우리시대 또 한명의 이중환과 김정호가 있다. 그가 새로 택리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바로 ‘새로 쓰는 택리지’를 펴낸 신정일이 그다. 신정일은 이중환의 택리지를 바탕으로 ‘세월이 변하고 국토가 변하고, 문화가 바뀐’ 현실을 기록하고 있다. 3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신의 발로 직접 국토를 걷고 느끼며 사랑한 생생한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을 담아온 기록이기에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는 살고 싶은 곳,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와 서울, 강원도, 북한, 제주도에 이어 아홉 번째 발간한 책이 ‘우리 산하’다. ‘우리산하’에는 백두산에서 출발한 백두대간과 8개의 명산, 속리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산자락, 사람들이 가까이하여 즐겨 찾는 산, 바다에 인접한 명산, 나라 안에 이름난 절, 나라 안의 여러 고개, 사람의 길, 땅의 길 등 총 11장으로 구성되었다.

 

산맥을 따라 산을, 산과 강을 따라 사람 사는 마을을 그려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자신의 발로 30여 년 동안 직접 밟아온 우리 땅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땅을 이루고 있는 산천과 그 산천에 깃들어 있는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고스란히 담았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다소 혼란스러운 것이 있다. 주제에 따라 엮은 각 산들의 이야기는 지역을 넘나들며 소개된다. 그 이야기에는 역사적 유래부터 지금 우리시대의 이야기까지를 포함하고 있지만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를 넘나드는 이야기라 지역을 따라가기가 버거울 때도 있다. 이것이 이중환의 택리지를 따라가는 여정이라면 새로 쓰게 되는 택리지는 달라진 사회문화지리 개념에 의해 쓰여 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제기해 본다. 자자 신정일의 방대한 인문학적 소양이 바탕이 될 신정일이 완역한 이중환의 택리지를 기다린다.

 

사람의 삶을 편리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자연을 인위적으로 바꿔온 것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지만 지난 수백 년 보다 현대 몇 십 년 동안 변한 것이 더 많다. 급격한 이런 변화는 사람이 주도했지만 그렇게 변한 자연은 이제 사람의 삶과 문화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 영향을 어떻게 수용하고 사람의 삶을 가꿔가야 할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 할 수 있다. 그 첫걸음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한때 우리사회에는 문화유산답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적이 있다. 한 학자의 책 한권으로 시작된 열풍은 방치된 우리 문화유산의 보존과 새로운 발견 그리고 한층 높아진 가치를 부여하게 된 계기로 작용하였다.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역시 우리산하, 우리 땅에 대한 인문학적 시각을 통해 바라보고 그에 합당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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