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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 다큐멘터리 만화 시즌 1 다큐멘터리 만화 1
최규석.최호철.이경석.박인하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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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게 인문학적 시각을 입히다

만화에 대한 향수는 깊다. 청소년 시절에 짬을 내거나 억지로 시간을 내서라도 꼭 보고 싶은 것이 만화였다. 볼 수 있는 것도 볼 만한 것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만화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실로 큰 것이었다. 만화가 이처럼 사람들 속에서 강한 흡입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그림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알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강점일 것이다. 상상의 세계를 마치 현실화시켜주는 매개체가 바로 만화였던 것이다. 성인이 되면서 만화는 점차 손에서 멀어졌다. 그 자리를 대신해 자리 잡은 것이 일간지의 네 칸 만화나 웹툰이다. 당시 사회정치적인 문제를 촌철살인의 해학으로 가시화 시킨 것이기에 대단히 주목받기도 했다.

 

만화의 이러한 기능을 살린 것이 ‘다큐멘터리 만화’가 아닌가 싶다. ‘현장성’과 ‘진정성’을 지향점으로 가지는 다큐멘터리 만화에 대한 기대감이 만화의 일반적 장점에 인문학적 시각을 접목하여 현실화 시키자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책이 ‘사람 사는 이야기’다. 이 작업에 참여한 작가로는 최규석, 최호철, 이경석, 박인하, 정용연, 최인수, 박해성 등이다. 몇몇 작가는 문학작품을 만화로 재해석한 작품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대부분은 모르는 작가들이다. 이들이 다큐멘터리 만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만든 열 두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사람 사는 이야기’에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삶의 현장을 찾아 나선다. 생존권을 보장 받기위한 노력이나 전통의 가치와 현대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화적 간극 등 사람들의 삶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인천지역 삼화고속 노동자들의 농성현장을 찾아 인터뷰를 담은 ‘24일차’, 철거 현장에서 아르바이트 한 경험담을 그린 ‘단돈 5만원’, 할머니와 살던 초등학생이 기르던 개에 물려 죽었던 사건을 담은 ‘철망 바닥’, 청년 문제를 다루고 있는 ‘청춘은 아름다워’와 ‘열심히 살자!’, 남미의 혁명가 체 게바라를 다룬 ‘따뜻한 사람, 체’, 식물에 대한 생태학적 접근을 시도한 ‘나무 이야기’나 ‘도심 속 식물 여행’ 등이다.

 

보기 쉽고 접근성이 뛰어나며 주제가 명확하게 전달되는 만화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며 만화가 가지는 이러한 긍정적인 의미에 사람의 삶의 문제를 직시하는 인문학적 시각을 접목한 이러한 시도는 대단히 의미 있는 작업으로 다가온다. 이는 만화가 가지는 일회성이나 가벼움 등을 시각을 바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시대가 원하는 정신을 담아내는 훌륭한 도구로 쓸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여기에서 다큐멘터리의 기능적 측면을 보강한다는 시각이 돋보인다. ‘다큐멘터리’란 사전적 의미로 ‘기록으로 남길 만한 사회적 사건 등을 사실적으로 제작, 구성한 영화나 드라마 따위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즉, 다큐멘터리 만화는 만화를 통해 이 시대 우리들의 자화상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봐서는 안 될 것 또는 숨어선 봐야하는 것으로만 여겨졌기에 더 강한 끌림의 대상이었던 만화가 이제 자신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사람들과 교류를 꿈꾸고 있다. 그 꿈이 이 시대 삶을 버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이웃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담아내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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