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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조선 최고의 사상범 - 한 천재의 혁명이 700년 역사를 뒤바꿔버렸다
박봉규 지음 / 인카운터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백성의 나라를 꿈꾼 정치가, 정도전
조선 500여 년 역사에서 불운한 사람으로 꼽히는 사람들은 제법 많다. 정도전과 조광조를 비롯하여 허균 등이 그들이다. ‘불운했다’라는 말의 이면에는 그들이 가진 사상이나 삶이 시대를 앞서 당대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목숨을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불운은 대부분 정치적인 환경과 관계 깊은 것이기에 정치적 환경이 바뀌면 ‘신원’이라는 제도에 의해 대부분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조선이 개국하는 시기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했던 정도전만은 그렇지 못했다. 그가 개국한 조선이라는 나라가 운명을 달리하게 되는 후기에 와서 겨우 신원되었다.
500여 년 동안 철저하게 잊혀진 사람 정도전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왜 조선은 자신을 있게 한 그를 버렸을까? 에 대한 의문은 그가 죽은 지 600여 년이 지난 21세기 오늘날까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왕조국가에서 왕 다음으로 권력의 2인자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죽임을 당하고 철저히 매장당한 그에 대한 시각은 차츰 변하고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그 승자들의 기록 속에서 살아남아 훗날 자신의 진가를 밝혀줄 후데 사람을 기다린 것일까?
저자 박봉규는 ‘조선 최고의 사상범’이라는 시각으로 정도전을 바라본다. 이는 곧 ‘정치가요 혁명가다’라는 규정 속에 그가 지향했던 사상을 밝혀 온전한 자리로 돌려놓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이 점은 현실 정치와 관련하여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의 참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필요성도 한몫하고 있다. 역사를 보는 진정한 의미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는 ‘한 천재의 혁명이 700년 역사를 뒤바꿔버렸다’고 붙여있다. 700년 역사는 그가 나고 자란 고려의 역사를 말하는 것이다. 저자가 이런 부제를 단 이유는 조선이라는 나라는 고려를 딛고 일어선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 최고의 사상범’에서 저자는 정도전의 면모를 살피기 위해 그가 남긴 ‘조선경국전’과 ‘r경제문감’ 등의 저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들의 저작은 막 개국한 조선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전반적인 기틀을 마련한 것들이다. 이 속에서 사상가요 정치가며 혁명가인 정도전의 면모를 살펴 그가 조선이라는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힌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다’와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로 표현되는 조선 건국의 주된 목적이 정도전의 핵심 사상이며 정책이라는 점이다. 왕조국가에서 왕의 절대적 권력이 미흡할 때 무엇이 중심이 되어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는지를 비롯하여 왕이 정치를 펼칠 때 누구를 중심에 두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핵심적인 문제가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고려시대의 부패한 권력에서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자 절취부심 한 결과가 혁명이었다. 혁명의 성공을 위해 기반이 없는 자신이 군사력을 가진 이성계를 만나 혁명에 대한 모의를 시작한 것이다. 그렇기에 개국 초 새로운 나라 조선의 기틀을 만들어가는 부분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거위 모든 기반을 마련한 것이고 이러한 정책의 근간에 자신이 고려를 딛고 역성혁명을 주장한 사상과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한 것이다. 재상중심정치, 중앙집권적 관료체계, 토지개혁, 군권의 재편, 신분제 등은 당시로써는 혁명적인 사상이었기에 그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특히 이방원과 대척하게 된다. 결국 이방원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만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분명 정도전이다. 그렇기에 정도전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다양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고려의 역사와 정치정세를 비롯하여 원나라나 명나라 등의 외교관계 그리고 조선 건국과정에서의 권력의 역학관계까지 언급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의 정치 풍토와 정도전의 정치철학을 비교하면서 역사 속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살필 수 있게 한다. 역사는 지나간 시간을 살피는 것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질 때 글자 속에 묻히고 말 것이기에 현실을 보는 거울로 작용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도전을 실패한 정치인, 혁명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철저한 민본주의 사상으로 백성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권력의 중심에 선 이후 자만하거나 나태했던 것은 아니었던가 라는 조심스러운 저자의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은 비운의 죽음을 당한 정도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깔려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철저하게 버림 받았던 조선의 역사에서 조차 정도전의 개인적인 비리나 치부 등에 관한 이야기가 없는 것으로 볼 때 정도전은 자신이 가진 사상과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정도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그의 정치철학에서 정치의 근본적인 의미를 되살리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백성의 행복한 삶을 무엇보다 먼저 생각했던 그의 정치철학으로 볼 때 오늘날 정치가 어떻게 비춰질지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정치인으로써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청렴결백한 삶의 자세와 태도는 아무리 시대가 달라지더라도 변해서는 안 될 지도자의 삶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