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있다 샘깊은 오늘고전 13
이경혜 지음, 정정엽 그림, 허균 원작 / 알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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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인간 허균의 속내로 다가가다

조선의 역사에서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사람을 찾으려 한다면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위로는 왕으로부터 일반 백성 그리고 노비에 이르기까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억울하다는 죽음은 대개 시간이 흘러 상황이 바뀌면 그 억울함이 풀리기도 한다. 억울함이란 때론 상황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임을 당하곤 난 후 아주 오랫동안 거론조차 금기시된 사람이 있다. 조광조나 허균이 그런 사람들에 포함된다.

 

허균(許筠, 1569~1618)은 우리에게 홍길동전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동생으로도 허난설헌의 시집을 간행하게도 했다. 양천 허씨로 당대 명문가의 자손으로 태어나 과거에 장원급제하고 관직에 나아가 벼슬을 하였으나 세 번의 파직과 광해군 때인 1618년 역모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처형을 당했다. 관직생활 중 중국에 원접사 종사관으로 다섯 번이나 다녀왔다. 그는 무엇보다 시문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으며 당시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자유스러운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그가 남긴 작품으로는 ‘교산시화’, ‘성소부부고’, ‘성수시화’, ‘학산초담’, ‘도문대작’, ‘한년참기’, ‘한정록’ 등이 있다.

 

사람을 보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것도 자연인이 아닌 정치적 삶을 살다간 사람은 더욱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허균에 대한 시각은 대부분 정치인으로써 허균의 활동과 그의 문학에 집중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 ‘할 말이 있다’는 시인으로 그가 남긴 시를 통해 한 인간인 허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책의 제목은 그가 형장에 끌려갈 때 할 말이 있다고 외친 기록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을 결국 하지 못하고 죽었다.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저자는 허균이 남긴 시를 통해 그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찾아간다. 허균이 살았던 조선 중기의 시대상황에서는 용납되지 않았던 그의 자유분방함은 사대부들의 질시와 탄압에 의해 좌절을 겪게 된다. 또한 일찍 부모를 여의고 형의 보살핌 속에서 살다 형과 누나마저 떠나고 일본의 침략에 의한 전쟁과정에서 부인마저 잃게 되면서 심리적인 좌절을 겪게 된다. 이런 상황이 허균의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당시로써는 선진적인 사고와 개혁적 성향을 보여주며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펼치며 행동으로 옮겨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저자가 선택한 시를 다섯 분야로 나누고 각 시를 통해 시가 담고 있는 허균의 마을을 유추해 보는 형식을 취했다. 좌절된 자신의 삶의 모습이 반영되는 것들이 많으며 해학과 풍자적인 시와 당시 궁궐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시들도 있다. 사대부들의 시각에 의해 유교사상과 배치되는 모습을 보였던 허균이지만 그러한 사대부들의 시각에 대해서 변명하거나 피해가지 않고 정면 승부를 펼치는 모습이다. ‘너희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나는 내 삶을 살아갈 것이다.’ 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명문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서얼들과 어울리며 평등의 세상을 꿈꾼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시대적 규범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스러운 행동, 자신에게 닥친 시련에 정면 대결을 하는 모습, 일찍 천주학을 받아들이는 등 그의 삶은 이해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오늘날까지도 명쾌하게 설명되지 못한 부분들이 많다. 그 중심에 허균을 죽음으로 몰아간 역모 사건에 어떤 관련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모함인지 적극적인 허균의 행동인지에 대해 설명되지 못하는 것이 그의 삶을 평가하는데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 책은 그런 정치인으로써 허균의 삶보다는 시 속에 담겨 있는 인간적인 모습에 주목하여 ‘인간 허균’의 참 모습에 접근하려는 저자의 시각이 중심이기에 죽음의 현장에서 할 말이 있다고 외친 그의 말이 무엇인지 유추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인간 허균의 모습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그가 남긴 작품이기에 이 책을 통해 허균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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