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훔친 위험한 冊들 - 조선시대 책에 목숨을 건 13가지 이야기
이민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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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조선을 담았던 책

조선을 설명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왕조국가라고는 하지만 유약한 왕들이 많아 신권에 의해 좌지우지 된 경험이 많았던 나라가 조선이다. 그런 조선을 지탱하고 이끌어 왔던 사상적 본류가 성리학이고 보면 조선을 성리학의 나라라고 하는 말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보여 진다. 하나의 사상으로 일관되게 지배된 나라는 다양한 문제를 노출한다. 나 이외에는 타자를 인정하지 않기에 공존이 실현되지 못하게 되며 결국 스스로도 존재의 기반을 잃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본다면 조선은 성리학으로 기반을 다진 것이 국가의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사회저변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의 활발한 활동을 막게 되는 요인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조선을 볼 수 있는 기록은 당시 권력을 쥐고 주류로 있었던 성리학의 편에서 작성된 것들이 대부분이기에 성리학 측면에서 바로 본 것 이외의 분야나 시각과는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전재하고 살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주류의 시각에서 벗어난 흐름을 통해 조선이라는 사회를 살피고자 한 것이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이유로 금지되었던 책을 찾아내고 그 책이 금지된 이유를 앞 뒤 정황을 따져 당시 권력의 성격과 시대의 흐름을 파악해 보자는 것이다. 성리학의 시각에서 배재된 흐름이기에 그 흐름만을 찾는 것은 동전의 한 면만을 보고 다 본 것처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에 주류의 시각인 성리학과 동시적으로 파악하고 다른 시각이 지닌 의의와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가 될 것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책으로는 훈구파와 사림파의 간의 힘의 대결에서 사람파가 권력의 전면에 등장과 관련된 채수(1449~1515)의 ‘설공찬전’, 어득강(1470∼1550)의 상소를 통해 조선에서 책의 유통과정에 관한 이야기, 성리학의 독주에 다른 해석을 전하는 과정에서 논쟁을 일으킨 첨릉의 ‘이단변정’, 나흠순의 ‘곤지기’, 진건의 ‘학부통변’, 실생활과 유리되었던 성리학의 귀신 논의를 해체시킨 정약용의 ‘중용강의’, 문(文)에 치우쳐 무(武)에 약했던 조선에서 무에 대한 준비를 강화했던 한교(1556~1627)의 ‘연병지남’과 ‘무예제보’, 역사의 가정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현세자와 관련된 ‘심양장계’, 훌륭한 의학서를 갖추고도 전염병에 허약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허준의 ‘동의보감’과 정약용의 ‘마괴회통’, 현실의 문제를 도외시 했던 성리학의 이상주의자들로부터 사문난적으로 몰렸던 박세당의 ‘사변록’과 ‘색경’, 영조왕의 분노에 엉뚱한 책쾌들의 죽음을 불러온 ‘명기집략’, 정조로 하여금 문체반정을 불러온 ‘원중랑집’, 18세기 조선의 학문적 흐름을 반영한 박학다식한 선비들의 총서 ‘임원경제지’와 ‘오주연문장전산고’, 조선말 혼란스러움을 조장한 ‘조선책략’ 등이다.

 

저자의 시각으로 보는 조선사회는 일방적인 흐름이 아니다. 성리학이라는 단일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본다면 성리학이 이룬 성과의 이면에 흐르는 다양한 요소를 간과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주류에서 벗어난 금기 사항을 매개로 앞 뒤 정황을 살핀다. 저자는 ‘사상사를 벗어나 대화와 투쟁의 사상사를 그리기 위한 기초적인 시도’라고 했다. 조선을 보는 시각을 새롭게 구성한다는 말이다. 한 사회를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시도로 책을 매개하고 있다. 책은 시대를 관통하는 사상의 반영이다. 그 사상이 주류에서 비켜나 있기에 더 깊은 속내를 표현할 수도 있다. 하여, 책을 통해 한 사회를 살핀다는 점은 대단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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