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9급 관원들 - 하찮으나 존엄한 너머의 역사책 6
김인호 지음 / 너머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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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으나 존엄한 사람들의 진정한 힘

촉망받는 직업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교사나 공무원 등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성이 우선되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직업이 되고 있다. 이는 사회가 불안할수록 안정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리라. 하지만, 속내를 들어다보면 주목받고 있는 직업이 꼭 좋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만큼 사람들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가 변하고 경제적인 이유만이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권력의 정점에 서서 권력의 힘을 누리고 살아가는 사람이 주목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생활에서 국민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으며 일을 일으키고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권력구조의 하층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일명 하급 공무원들이 그들이다.

 

그렇다면 사대부의 나라라고 평가되는 조선시대는 어떠했을까? 왕권의 나라에서 권력을 나눠가지며 나라를 운영한 사람들이 물론 중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이를 유지하는 기반은 말단관리로 표현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민생과 직결되는 사항을 처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일선 행정조직의 하부에서 국민들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조선시대 이들은 소유, 구사, 통사, 산원, 마의, 중금, 숙수, 금루관, 의녀, 착호갑사 등과 더불어 목자, 조졸, 염간, 오작인, 망나니, 거골장, 광대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던 사람들이다.

 

이 책 조선의 9급 관원들은 바로 자신들이 살아가던 시대에는 주목받지 못하고 천대받던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이는 바로 이들에 의해 조선이라는 사회가 운영되고 유지되었다는 점을 들어 그들이야말로 진정 한 사회를 지탱한 근간이었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렇지만 이들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찾기란 만만치 않다고 한다. 조선이라는 사회가 사대부들처럼 권력을 가진 자들만을 기록한 사정과 다름이 없다. 하여 역사에 이런 사람들의 흔적도 있구나라는 새삼스러움과 만나게 된다.

 

덧붙여 우리는 조선왕조의 시스템이 허점 많은 구멍가게 같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조선왕조의 시스템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규모와 짜임새를 가졌다. 왕조를 움직이는 뇌와 심장, 그리고 팔과 다리에 해당하는 중앙, 지방의 관리와 아전들까지 망라하면 상당한 숫자였을 것이다. 혹 조선 관료제의 단면을 이해할 때 이 책이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보너스일 것이다.”

 

머리말에서 저자가 밝힌 저작의 의도가 담긴 말이다. 조선을 실질적으로 유지시켰던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통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피고자 하는 것이라고 보인다. 그렇기에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누구도 하기 싫었던 일을 담당했던 하층민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삶을 살핌으로써 한 사회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임 밝히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차별받던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삶의 과정에서는 다소 이중성을 나타내고 있다. 권력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한 방편이었다는 점과 조그마한 권력이지만 이를 이용하여 그 권력으로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는데 사용하기도 했던 모습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현대인들의 표현으로 보면 전문가들이다. 사대부들이 누리는 일상의 기반을 만들어준 사람들이지만 그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그들의 그늘에서 뒤치다꺼리만을 담당했던 것이다. 그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조선시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법으로 관련된 사건을 추적한다. 살인사건이나 폭력, 사기 등과 관련된 사례를 조선왕조실록이나 여러 가지 문헌을 찾아 내 기록에 근거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꾸려가고 있다. 그렇기에 생생한 역사의 기록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저자가 찾아낸 이들의 공통점은하찮으나 존엄한이라는 말에 담겨있다고 보인다. 이는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의 삶에 대한 성찰로 이끌어가는 말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역시 하찮게 여겨지는 일이나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 유지된다. 하지만 그들의 수고는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삶에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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