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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 이야기 4 - 정나라 자산 진짜 정치를 보여주다 ㅣ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4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화 시대, 우리의 미래를 밝힐 수 있을까?
한 나라가 위치한 지정학적 위치는 그 나라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동북아시아의 변방이며 경제대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잘 알 수 있지 않나 싶다. 미국, 일본, 중국과 소련이라는 초강대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이들 나라의 정치상황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가 처한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나라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국제외교관계에서 자국의 실리를 지키고 나라의 장래를 꾸려갈 수 있는지 매 순간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약소국가로써 감당해야할 무게가 만만치 않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고려시대를 이어 조선의 정치적 상황을 살필 때 중국의 상황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언제나 중요한 문제에는 중국의 눈치를 봐야했던 역사적 경험은 차치하고라도 해방 후 자주 독립국가를 만들기 위한 정국에서 미국과 소련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우리 민족이 처했던 운명을 보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위치한 지정학적 위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할 몫이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 처한 나라의 상황은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변하지 않았으며 우리나라를 둘러싼 강대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은 더 다양한 분야에서 더 깊숙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봐도 되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조건에 처한 나라는 어떤 정책으로 국내문제와 국제정치적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을까? 국제화 세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며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현대 국제정치적 이해관계에서는 더더욱 지혜로운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라도 역사적 교훈을 주목하게 된다. 이 책‘춘추전국이야기 4 - 정나라 자산, 진짜 정치를 보여주다’는 우리나라가 처한 지정학적 조건과 매우 흡사한 나라의 경험을 통해 그 대안을 찾아보고자 하는 시각이 배경에 깔린 저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공원국이 주목하는 춘추전국시대의 나라는 정나라다.
정나라는 춘추시대의 막바지에 이르러 2강 체제를 유지했던 진晉과 초楚나라 사이에 위치한 약소국 정나라의 역사를 살펴 그 속에서 약소국이 강대국 사이에서 실리를 챙기고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을 찾아보고 있다. 저자가 시리즈로 발행하고 있는 춘추전국이야기의 4번째 주인공이 바로 정나라 자산이라는 사람의 능수능란한 정치적 활동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정나라 자산의 어떤 정치적 활동이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약소국이지만 실리를 챙기면서도 살아남는 방법이었을까?
춘추시대의 국제정치의 핵심은 명분이었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강대국이 약소국과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문명한 명분이 있어야 했다. 그래야만 주변 제후 국가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그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었다. 자국의 실리를 챙기기 위한 전쟁에서 명분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그만큼 덕과 인으로 나라를 다스리려고 했던 시대정신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나라는 진晉과 초楚나라로부터 전쟁의 위협을 수시로 받아야 했던 것은 정나라가 위치한 지리적 조건과 깊은 관련이 있다. 바로 각국이 노리는 중원의 전략적 중심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진晉과 초楚 양국은 각기 서로 강대국을 견재하는 정치적 활동으로 정나라를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나라로써는 이러한 상황에서 언강대국의 무력 앞에 나라를 존립하고 실리를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대두되게 된다. 이런 정치적 상황의 중심이 자산이 있었다. 자산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명분과 실리를 적절히 취하면서 정나라를 존재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자산은 어떤 정치적 활동을 벌렸을까?
저자는 자산의 정치적 활동이 중심이 되는 정나라를 고슴도치로 표현하고 있다. 굳이 가시를 세우지 않아도 범도 곰도 쉽사리 맞서려고 하지 않는다는 고슴도치의 특징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자산은 튼튼한 이론으로 무장한 현실정치인이라고 파악한다. 이는 정나라를 지키고 우지하기 위해 실시했던 정책을 통해 살핀다. 우선 자산은 정나라의 내부개혁을 상황이 변할 때마다 적절하게 실시하며, 국제정세의 변화를 끊임없이 살피고 전쟁에 휩싸이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특징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저 불은 뜨거우니 사람들은 멀찍이서 바라보며 두려워하오. 그래서 불에 타 죽는 사람이 드무오. 허나 물은 나약해서 사람들은 가벼이 보고 들어가서 놀기에 빠져 죽는 이가 많소. 그래서 용기로써 정치를 하기는 어려운 것이오.’
자산의 정치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라고 보인다. 자산은 언변이 뛰어나고 행동이 민첩하며 공명정대하고 무욕한데다 엄격함과 관대함을 조화롭게 갖춘 인물로 공자는 그를 사표로 삼았다고 한다. 이러한 점이 강대국 사이에서 끊임없이 강탈을 당할 운명에 처한 정나라를 살릴 수 있었으리라. 우리나라가 처한 지리적 위치나 정치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참고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고 보인다. 정치가로 자신을 내세우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그들에게 사표로 삼을 만한 인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