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 조선을 지배한 엘리트, 선비의 두 얼굴
계승범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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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이율배반적인 두 얼굴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늘 조심스럽다. 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그 개인이 속한 계층으로 범위가 넓혀졌을 때는 더욱 어려움이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있어 그나마 의견교환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이 역사적 인물이라면 자료의 한계나 접할 수 있는 자료의 특성에 의해 더더욱 난감한 상황에 노이게 된다. 하여, 적절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쉽게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을 선택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특정계층인 ‘선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선비라고 하면 너무도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가 지조, 의리, 강직 등으로 이에 대한 적절한 평가나 기준도 없이 특정한 개인에 대한 이미지가 전체 선비를 지칭하는 것으로 쓰이는 경향성이 다분하다. 이러한 평가가 한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한 거울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나마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이지만 한 시대를 평가하고 그것으로부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정신을 이야기할 때는 합리적이고 적절한 기준에 의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합의가 도출된다고 하더라도 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선비라고 하는 이미지가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다분히 강조되고 주목되었다는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라는 책의 저자 계승범이 그다. 저자는 역사를 전공하고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우리 시대에 통용되고 있는 ‘선비’에 대해 검증을 하자고 나섰다. 우선, 저자는 선비라고 하는 말이 우리 사회에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선비라는 말에 정신이라는 단어가 붙어 새롭게 만들어진 ‘선비 정신’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따져 보자는 것이다.

 

‘조선’에서 선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선비라는 개념과 분리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유교와 성리학 그리고 조선의 정치다. 이를 통합적으로 살펴야 비로소 선비에 대한 종합적은 이해가 가능하다고 전재한다. 개인으로써가 아니라 선비가 처한 조건과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걸 맞는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비’와 ‘선비 정신’이라는 것에 대해 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일까?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 담론으로 형성되고 있는 선비 정신이 한 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나아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정신적 표상으로 ‘선비 정신’을 이야기 하고 있기에 그 선비 정신이 과연 우리 시대에도 통용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조선의 선비들은 지배계층으로서 자기들 본연의 임무에 태만하고 책임을 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지배층이었다.’

 

저자의 시각은 비판적이다. 때론 감정적이기까지 한다. 조선의 정치와 절대 부관할 수 없는 선비가 조선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왔느냐며 그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주장하기도 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로 요약할 수 있는 유교의 이념을 몸에 익힌 선비들이 수신제가와는 별도로 치국평천하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들이 지향하는 이상과는 동떨어지는 지극히 편협하고 당파적이었으며 때론 치졸하기까지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지적과 시각에 한편으로는 동의하면서도 선 듯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게 하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이는 지금까지 선비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도 긍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였고 그런 부분에 익숙해져있는 독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 사실을 개인의 취향과 지향하는 바에 의해 취사선택하여 받아들이게 된다면 분명 문제 있는 관점일 것이다. 선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선비의 검약한 생활이나 의리, 지조 등 좋게 보이는 부분만을 가져와 그것이 선비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만들어간다면 분명 잘못이다.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시각으로 본 선비의 모습은 그렇게 긍정적인 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선비에 대한 검증은 대단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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