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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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힘, 분노

2011년 우리 사회에서는 ‘나꼼수’가 유명하다. 그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잘나가는 몇 사람이 막말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나타내서일까? 아니면 보통사람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말을 거침없이 외치는 것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일까?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에서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거침없이 외치는 목소리는 그 다양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정치적으로는 권력으로부터 소외되고 경제적으로는 없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말의 내용과 방법이 코너에 몰려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아직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2011년 말 한국사회는 각계각층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을 불투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정치권의 혼란과 끝없이 불황의 늪을 헤매고 있는 실질경제, 예측 불가능한 남북관계 등 어느 하나도 미래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관심에서 벗어나 자신이 느끼는 사회적 부조리에 감정을 나타낼 줄 아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난다.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온갖 사회구조적 모순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도모할 무엇이 있고 그 일에 나도 담담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 이 사회가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나 보는 사람이나 학문의 전당이라고 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를 비롯하여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실로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부조리에 대해 공감하며 아파하고 함께 살아갈 희망을 찾고 있는 것으로 동일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감정의 공유가 출발이다.

 

‘분노하라’는 바로 그런 공유된 감정의 밑바닥에 무엇을 깔아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타인과 사회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 공감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분노’라는 감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은 프랑스 사람, 93세의 노인인 스테판 에셀이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육성이다. 전직 레지스탕스에 참여했고 국제기구에서 국제인권선언 작성에 참여한 사람이다. 그가 사회적 약자들이 처한 현실과 국제관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분노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회 양극화나 외국 이민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금권 등에 대해 프랑스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었던 레지스탕스 정신을 계승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세계화가 대세인 현 국제정치는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확인한다. 우리에게도 당연히 귀기우려야 하는 사회적인 문제이며 핵심 과제인 것이다.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이기에 적극적으로 분노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분노의 표현으로 비폭력을 이야기한다. 폭력을 부르는 사회적 부조리에 저항하는 방법이 비폭력만 있는 것이 아님도 말하고 있다. 폭력은 폭력을 부를 수밖에 없지만 폭력으로만 대항한다면 사회 전체 입장에서 볼 때 올바른 방향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분노하라’는 한 생을 긍정적으로 살아왔던 노인이 삶에서 얻은 교훈을 젊은이에게 적극적으로 권하는 짧은 글이다. 하지만, 이 글에 담긴 내용을 결코 짧지 않다. 그리고 간단한 문제 또한 아니다.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분노할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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