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록 - 신역 홍신한문신서 42
이민수 엮음 / 홍신문화사 / 1985년 5월
평점 :
품절


다른 세상을 꿈꾼다는 것
사람들은 현실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특별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하나 희망을 찾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이상적인 세상에 대한 꿈이 현실에서 나타나 주길 바라는 마음이 강해지는 것이 바로 이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역사 속에서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상향’이나 ‘무릉도원’ 또는 화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십승지지’의 땅을 찾는 것이 그러한 사람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이렇게 현실에서 겪는 혼란과 어려움을 피하고자 하는 모습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대의 환경과 조건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유사한 흐름을 형성하는 것이 아닐까? ‘이상향’, ‘십승지지’ 또는 조상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명당’을 찾고 이에 몰두한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현상이 집단화되는 모습도 보여준다. 각종 민란이나 종교의 형태를 띤 것들이 그것이다. 모두 현실은 어렵지만 미래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소망의 다른 표현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의 이러한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으로 신년운세를 보는 것이나 풍수지리와 관련된 생각이 아닌가 싶다. ‘정감록’, ‘토정비결’과 같은 책이 주목받는 것이 그 반증일 것이다. 이러한 책들이 갖는 공통점은 보통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어떤 것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람들의 마음과 교묘하게 결합되어 현실의 삶에 작용한다.  

정감록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비기들은 수많은 종류가 있다. 정감록만 해도 그 속에는 ‘감결’부터 ‘동국역대기수본궁음양결’, ‘역대왕도본궁수’, ‘도선비결’, ‘토정가장결’ 등 다양한 비기들이 포함된다. 속칭 정감록은 원본도 알 수 없고 저자 또한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책으로 사람들의 관심 속에 다양한 이본이 생겼고 그 종류만 해도 40~5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홍신문화사 발행 정감록은 규장각 본을 기본으로 하여 다수의 이본 중에서 20여 편의 비기를 추려내 엮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비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감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조선 이후의 흥망대세를 예언하여 이씨의 한양 도읍 몇백 년 다음에는 정씨의 계룡산 도읍 몇백 년이 있고, 다음은 조씨의 가야산 도읍 몇백 년, 또 그 다음은 범씨의 완산 몇백 년’을 기록한 ‘감결’의 내용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정감록을 비롯한 이러한 비기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또 후세에 전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비기는 사회적 혼란이나 현실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과 이러한 사회에서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적극적으로 정책으로 기인한다. 자신이 누리는 권력의 정당성을 얻거나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합쳐져서 이러한 비밀스러운 기록들을 유포, 재생산하여 후세에까지 전해지는 것이라는 점이다. 

홍신문화사 발행 본 정감록을 읽어가는 도중에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예언서나 비기 등에 익숙하지 않은 점도 있지만 한자를 직역하여 앞 뒤 맥락과 단어의 뜻을 알 수 없는 애매함도 한몫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현대 사람들에게 친숙한 현대어로 번역된다면 정감록 등에 담긴 내용이라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러한 비기 등에 자신의 마음을 의탁한 사람들의 마음에 안쓰러움이 있다. 현실이 그리고 현실정치가 사람들의 삶에 보다 긍정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면 이러한 비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세상을 꿈꿔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