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 - 우리도 반드시 알아야 할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임경택 옮김 / 동아시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원자력, 과연 필요악일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 한때는 호랑이나 마마와 같은 것, 때론 전쟁이나 배고픔처럼 사람들이 무섭게 느끼는 것도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요즘에는 청년실업이나 유괴처럼 사회적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 무서운 일 중에 선두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것들은 사람이 처한 환경이나 사회적 조건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운명을 좌지우지할만한 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예상치 못할 파괴력으로 다가오는 자연재해나 이를 능가하는 핵관련시설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핵에너지를 비롯한 핵관련 무기는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화석연료를 포함한 자원의 한계를 이야기하며 대체에너지원으로 핵연료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불가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우리나라 역시 핵연료를 사용하는 원자력발전에서 상단부분의 에너지를 얻고 있다. 핵관련 이야기가 이러한 에너지 문제에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벌어지는 흐름을 볼 때 꼭 그렇지만은 않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결부되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이는 북한의 핵관련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일이다. 

2011년 초 일본에서는 자연재해인 지진과 쓰나미에 의해 일본 원자력발전소가 피해를 입었다. 1986년 4월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건 이후 가장 큰 원자력발전소의 사건으로 이 사고가 발생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그만큼 식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거나 아니면 이미 무감각의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닌가하는 염려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감각적으로 대해도 좋을 만큼 원자력발전은 안전한 것일까?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을 읽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는 일본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더욱더 피부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문제점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핵관련 정책의 변화를 비롯하여 국제적인 핵정책이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이미 핵무기를 개발한 나라들의 이해요구와도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일본은 지금 당장 핵무기 1,250발을 만들 수 있는 플로투늄을 추출하여 보관하고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 후 미국과 군사동맹을 비롯하여 자위대 무장에 있어 일본의 자위에 그쳐야 한다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군사강국의 지위에 올라있는 수준이다. 이 과정에 일본 핵발전의 속내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핵무기의 보유가 국제적으로 자국의 지위를 높인다는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강대국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치상황을 고스란히 나타내는 말일 뿐이다. 

저자는 사실상 원자력은 ‘인간에게 허용된 한계’를 넘어섰다는 쥘 베른의 말을 인용하며 그 이유를 밝힌다. 그것은 원자력 에너지는 한번 폭주하면 인간이 통제를 하기 힘들다는 점과 원자력발전의 건설에서 가동까지 모든 부분에 걸쳐 비대화된 관료기구와 복수 대기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로 이는 기술자나 과학자의 주체성을 상실하게 만들어 인간 자체를 집어삼켜 버린다는 점이라고 한다. 핵원료에서 방출되는 방사능이나 핵폭발에서의 낙진 등을 걱정하는 것은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사후 책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인류의 재앙을 불러오는 것임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현재 2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상업운영중이다. 이는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독일에 이어 세계 6위 수준의 규모다. 또한 한국표준형 원전이 건설에 착수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국제적으로 사용억제나 폐기하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경향성을 보여준다. 무엇이 이런 상황을 만들어 오는 것일까? 핵무기보다는 원자력발전소가 더 광범위하게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한 현실에 대해 누구보다 심각성을 인식해야 할 우리로써 의미심장하게 읽어야 할 텍스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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