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젊은 그들 - 18세기 북학파에서 21세기 복합파까지
하영선 지음 / 을유문화사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는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불투명한 미래는 사람의 삶을 불안하게 만든다. 하여, 많은 정치가, 사회학자, 철학자를 비롯한 학문을 하는 전문가들과 학자들은 미래의 전망을 밝히기 위해 수많은 현실적 요소들을 분석하며 전망을 내놓는다. 그렇게 내놓은 전망들이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미래를 희망적으로 설계하는데 실제 도움이 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이 현실의 분석을 잘못했거나 내놓은 전망이 불투명할 경우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현실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일도 이를 바탕으로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일은 그러한 것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여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정치현실이든 학문의 일선에 서서 장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을 주목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역사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를 보고 그 속에서 현실의 문제를 평가하는 기준과 잣대를 마련하는 것이 바로 역사를 보는 이유라고 말한다. 이는 과거를 무시하고는 현재는 없으며 미래역시 현재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무엇을 봐야 할까? 

이런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있다. 하영선의 ‘역사 속의 젊은 그들’이 바로 그런 예시를 제시하는 모범답안처럼 보인다. 이는 우리가 처한 현실의 문제를 18세기부터 시작하여 지금 오늘의 문제를 살피고 있다. 하영선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국제정치 속에서 한국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파악하고 복잡한 현실 국제정치의 맥을 잡아내며 미래를 전망할 것인가이다. 하여, 하영선이 주목하는 사람은 18세기 박지원, 19세기 정약용, 20세기 조선말과 일제시기 박규수, 유길준, 김양수, 그리고 해방이후 안재홍, 그리고 현대에 이용희와 복합파에 이른다. 이 흐름 속에 일정한 맥이 있으며 그 맥이 바로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이 처한 현실과 미래를 전망하는 시각을 찾아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18세기는 청나라와 조선의 관계를 담고 있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주목하며 또한 정약용의 저서 여유당전서 속에 나타나 있는 당시의 현실인식과 미래의 전망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으며 왜 그 결과가 실패로 끝났는지 살피고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일제치하, 해방정국과 미군정을 지나 현대에 이르는 과정을 살핀다. 또한, 저자 하영선이 각각의 인물들과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으며 그들의 고민과 저자의 고민이 만나는 지점이 어디인가를 알려준다. 그가 주목하는 인물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며 이미 많은 연구가 된 박지원이나 정약용 같은 사람도 있지만 김양수나 이용희 같은 생소한 사람도 있어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흥미로움도 있다. 

저자 하영선의 전공은 정치학이다. 정치학은 자국의 이해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하는 국가 간의 힘의 관계나 개인이나 집단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기에 이렇게 역사 속의 사람들을 찾아 그가 주목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알 수 있다. 그것은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열악한 한국의 현실 속에서 세계열강에 둘러싸인 젊은 그들은 어떻게 외교 강국의 길을 찾았는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정치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다. 실리를 추구하는 국가 간의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 또한 현실과 유리되어 찾을 수 없는 것이리라.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일본의 막강한 세력 사이에 위치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여 그들 속에 우뚝 설 수 있는 현실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 이 책의 요지라 여겨진다. 그가 주목하는 방안으로 ‘복합’이라는 용어가 있다. 무엇보다 현실정치가 이차원이나 삼차원이 아닌 다차원의 복합 성향을 가지기에 이를 대처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복합적으로 사고하고 그 속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이러한 방안이 현실화되고 우리 민족의 미래를 희망으로 밝혀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면 못할 것도 없을 것이라는 희망을 본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이 가지는 의의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