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서재 - 한국의 젊은 지성 100명과 함께 읽는 우리 시대의 명저 철학자의 서재 1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프레시안 기획 / 알렙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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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현실의 문제에 해답을 제시하다
현대인들의 삶은 버겁다. 진학, 육아, 가사, 인간관계, 사회적 지위, 경제, 직업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하며 무엇을 어떻게 보고 살아가야 하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더구나 이런 개인적인 문제라고 여겨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개인의 가치와 사회적 정의의 실현 사이의 갈등에 임하는 사람들의 혼란스러움도 크게 한 몫 한다.  

이러한 현상은 어제, 오늘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인류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며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관계 맺으며 사람들을 괴롭혀 온 문제이기도 하다. 인류가 살아온 각 시대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답을 찾아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노력을 경주했다. 대표적인 것이 철학자나 사상가들일 것이다. 하여, 그들의 노력에 의해 시대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도 그와 비슷한 논의를 모아가기도 했다. 그 중심에 철학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이러한 철학자들의 노력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소위 학문이라고 하는 고유의 영역이라는 범주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때론 안주하며 그들만의 영역을 지키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리하여 진지하게 삶을 꾸려가는 동안 현실의 벽에 막혀 절망하고 낙담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의 외침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학문의 시작은 무엇일까? 그것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 질문의 출발은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야 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방해하거나 억압하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성찰하며 그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공감하며 함께 껴안을 수 있어야 진정한 학문의 의미를 다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젊은 철학자들이 모여 역사, 문학, 여성, 환경,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로 시야를 확대하고 현실과 결합된 의미 있는 문제들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자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주목된다. 이 단체는 1989년 ‘철학을 기반으로 한 연구자들의 자기 성찰과 실천적 모색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를 지향하며, ‘이념’과 ‘세대’를 아우르는 진보적 철학의 문제를 고민하며, 좁은 아카데미즘에 빠지지 않고 현실과 결합된 의미 있는 문제들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자 한다. 전국에 걸쳐 300여 명의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시대와 철학’이라는 학술서를 발간하고 있다. 그간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이름으로 펴낸 책으로는 ‘철학 대사전’, ‘인간의 철학적 이해’, ‘삶, 사회 그리고 과학’, ‘철학의 명저20’, ‘삶과 철학’, ‘논쟁으로 보는 한국 철학’, ‘이야기 한국 철학’, ‘지식의 바다에서 헤엄치기’, ‘철학, 문화를 읽다’, ‘철학, 삶을 묻다’ 등 다수가 있다. 

한국의 젊은 지성 100명과 함께 읽는 우리 시대의 명저라는 부제를 단 이 책 ‘철학자의 서재’ 역시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들이 ‘관점이 있는 뉴스’를 지향하는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올린 서평을 모아 발간한 책이다. 동서고전을 비롯한 우리시대에 출간된 책에서 107권을 선정하고 100명이 참여하여 900페이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들 책을 총 열 가지 주제로 분류하고 회원들의 서평을 엮었다. 100권이 넘는 책을 한권에 모았다는 것도 관심이 가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이 책이 주목되는 이유는 철학자들의 시각이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에서 밝힌 발간 의도를 보면 ‘철학적 사고는 대안적 상상력이 뒷받침되어야 깊어진다는 점에서 시작되었다. 즉 철학 본연의 텍스트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텍스트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 고전만이 아닌, 역사, 문학, 여성, 환경, 과학, 예술의 고전을 포함하였다. 또 사회의 모순, 시대의 아픔을 직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면 동서와 고금도 가리지 않았다.’ 이런 관점으로 서평하는 텍스트에 메이지 않고 폭넓고 깊은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고 있다. 

107권의 이르는 책이 열 가지 주제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 속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아찾기, 성찰, 비판, 소통, 연대, 전복 등으로 일정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즉,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현실과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그렇게 찾아낸 원인들에 대해 어떤 방법을 통해 극복해 가야 하는지, 그 방법은 있는지 등에 대해 학자들의 솔직한 심정이 드러나고 있다. 그들이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현실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느끼는 것에 충실하다. 그들도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며 더욱, 철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훈련된 시각으로 사회의 모습이나 개인들의 생활을 직시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학문하는 사람들의 기본 정신으로 회귀가 반가운 것은 학문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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