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의 산을 가다 - 테마가 있는 역사기행, 태백산에서 파진산까지 그 3년간의 기록
박기성 지음 / 책만드는집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천 년 후 다시 현장을 가다
수십 년 전, 나의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이 많은 사람들을 연사의 현장으로 안내하고 역사적 사실과 현실의 자신을 이어가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또는 역사적 사실을 다룬 책을 통해 그날을 상상해보거나 정통역사서를 공부하는 방법도 그것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렇게 역사를 가까이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이렇게 역사적 사실을 통해 접근하는 역사는 당시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이해하는데 한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더라도 역사가 자신과 무관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역사로 접근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선 대단히 의미 있은 것이라는 생각이다. 

최근 한권의 책에 주목한다. ‘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이라는 이주한의 저작이다. 이 책에서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인 식민지사관과 민족사관의 대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론권력의 지배적인 조선후기에서 그 권력이 조선총독부 권력으로 이어지고 다시 미군정의 핵심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는 시각에 대한 비판을 주로 담아내고 있다. 이는 역사를 볼 때 무엇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한다. 역사적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되 당시 시대적 상황과 비교분석하며 종합적으로 살피는 자세가 필요함도 더불어 제시한다. 또한 역사는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사라지며 기록에 남는 것이 전부 일 때가 많다. 하여, 역사를 읽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충분히 발동해야 하는 상황과 직면하게 된다. 

‘삼국사기의 산을 가다’는 바로 그 역사를 읽는 사람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펼쳐지는 지를 잘 알려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잡지 ‘사람과 산’에서 책을 만들어온 경험을 살려 ‘삼국사기’(1145, 고려 인종 23년)에 나오는 역사적 현장을 답사하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삼국사기의 맥을 살핀 결과를 모은 책이다. 그 기반은 삼국사기로 삼았다. 저자 박기성이 김부식의 ‘삼국사기’를 기본서로 삼은 것은 ‘삼국사기’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이며, 정사라고는 하지만 편찬시기가 고려시대로 이미 몇 백 년 지난 시대의 이야기를 기록했다는 사실에 따른 한계점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분야의 일을 찾아서 하기에 글 속에 즐거움이 묻어있다. 불충분한 사료의 기록, 달라진 지명과 변한 들과 산천으로 정확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저자의 상상력이 충분히 발휘되는 상황이 책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역사계에서 정사로 자리매김한 삼국사기를 전적으로 믿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불완전한 역사기록이지만 바로 삼국사기를 기반으로 현장을 발로 누빈 결과다. 이런 상황은 전문 사학자로 고증을 해야 할 의무를 가진 것이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저자의 발품과 상상력이 발휘되는 순간순간도 매력적인 측면이 있지만 또 하나 이 책이 가지는 흥미로움은 ‘궁화운홀>궁불은홀>활불은홀>활벌성? 궁화운홀의 화를 불>벌로 읽으면 궁벌성이나 활벌성이 된다’ 처럼 단어의 변천에 대한 저자의 추적이다. 이렇게 상상력을 동원한 저자의 발굴의 노력에 힘입어 삼국사기의 기록을 확인해 간다. 더불어 삼국사기의 불완전한 틈을 메우고자 활용하는 ‘일본서기’에 대해 저자의 태도다. 일본서기가 날조된 기록이라고 전재하면서도 일본서기의 기록을 적극 수용하는 듯 보이는 태도에 의구심이 일기도 한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로써는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기가 버거운 점도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연맹, 왜 등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흐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고 이 책을 따라간다면 보다 현실적인 흥미가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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