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화가들의 반란, 민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 정병모 교수의 민화읽기 1
정병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화, 대중들의 꿈의 표현이다
최근 개인적 관심사 중 하나인 ‘중요무형문화재’에 대한 검색을 하다가 웃지 못 할 현실을 접하게 되었다. 중요무형문화재는 ‘연극, 음악, 무용, 공예기술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적, 예술적 또는 학술적 가치가 큰 무형문화재 가운데 그 중요성을 인정하여 국가에서 지정한 문화재’를 말하며 이때 그 대상이 되는 기·예능을 보유한 사람을 인간문화재(人間文化財)라고 부른다. 반드시 지키고 전승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출발했을 이 중요무형문화재에 인간문화재를 선정하지 않고 있는 부분이 거문고 등 12 분야가 있고 그렇게 공석으로 비어있는 기간이 10여년이 훌쩍 넘었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렇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의미와 가치도 충분하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한다. 우리 손으로 만들고 우리의 소중한 삶이 스며있는 우리의 것이 우리들에게서는 그 가치를 잃어버리고 버림받았지만 오히려 외국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거꾸로 우리에게 들어와 뒷북을 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이다. ‘안타깝다’는 말로는 다 표현되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어 슬픈 현실임을 느끼게 된다. 

그런 것들 중 하나가 이 책의 주제인 민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의하면 민화는 한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속에 따라 제작한 대중적인 실용화며 일반적으로 민속에 얽힌 관습적인 그림이나 오랜 역사를 통하여 사회의 요구에 따라 같은 주제를 되풀이하여 그린 생활화를 말한다. 비전문적인 화가나 일반 대중들의 치졸한 작품 등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직업 화가인 도화서의 화원이나 화가로서의 재질과 소양을 갖춘 화공이 그린 그림도 포함시켜 말하고 있다. 

이런 민화가 우리들에게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시대 출발한 민화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성리학에 의해 규정되어 있었으며 정통회화나 도화서 화원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에 의해 상대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다가 일본이나 미국 등 외국 사람들의 주목에 의해 비로써 국내에서도 주목 받게 된 것이라고 한다. 주객이 전도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민화의 가치에 주목한 사람이 이 책의 저자 정병모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현대인의 각광을 받고 세계화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통미술이라는 믿음’으로 민화를 찾아 이곳저곳을 다녔다. 그 결과가 이 책에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민화를 전통과 규정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이며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대중문화로 주목한다. ‘정통화가들이 아무리 격조가 있고 능란한 화풍을 구사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전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던 반면, 무명의 서민화가들은 어떤 권위에도 구애되지 않고 어떤 규범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을 구가했다. 또한 서민의 진솔한 감성과 자유로운 미의식이 담겨 있지만, 양반도 함께 즐겼던 민화는 조선시대의 대중문화다.’라고 민화가 가지는 가치를 밝히고 있다. 

책거리, 문자도, 까치호랑이, 운룡도, 십장생도. 이것은 저자가 민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담고 있는 민화의 분야다. 조선이라는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가슴속에 담겨있던 삶에 대한 바람이 극적으로 표현된 부분이다.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길흉화복에 대한 염원, 재앙을 물리치고자 했던 바램 등을 담아 공유할 수 있었던 문화라는 점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국내외 박물관 등을 발품 팔며 접했던 민화를 생생한 도판을 통해 보여주고 설명하며 유사한 것들과 비교분석한다. 

정조의 책거리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있었다는 점이나 이것이 시간이 흘러 에로틱한 책거리가 등장하기에 이르는 시대적 상황을 통해 민화는 그 시대를 이야기해 주고 있다. 또한 까치호랑이가 우리만의 독특한 분야라고 생각했던 것이 중국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부분에서 중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조선이지만 조선 사람들은 이를 자신들만의 독특함으로 변화시킨 창조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민화 속에 다 담겨 있다고 본다. 

시대에 따라 주목받는 것은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은 그 시대의 정서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민화가 다시 주목받는다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주인공들이 자신의 삶에서 희망을 찾을 실마리를 찾고자 함이 아닐까? 조선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애환을 민화에 담았듯 현재 우리들도 미래를 희망으로 바꿀 무엇인가를 찾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