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 - 이오덕과 권정생이 주고받은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한길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지극한 슬픔엔 아름다움이 있다
‘편지’라고하면 연애편지가 먼저 생각나는 것은 나이 지극한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서가 아닐까 한다. 소식을 주고받는 방법이 다양화되면서 손으로 쓴 편지글은 기억 속에만 머물게 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요사이 편지에 대한 이야기는 먼 옛날에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옛사람들의 자잘한 속내나 일상적인 사건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역사적 사료로 ‘간찰’이 소중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서간문이나 편지라는 형태로 사람과 사람의 사귐의 도를 일깨워 주는 사례들이 제법 있다. 그중에서도 서양화가 고흐가 그 동생과 주고받았던 편지나 조선시대 이황이 기대승과 주고받았던 편지들이 주목받았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이 모두가 사람 사이의 정을 느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사례가 우리가 살아가는 가까운 시대에도 있었다. 동화작가로 잘 알려진 이오덕과 권정생의 경우가 그렇다.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이오덕과 권정생선생님 두 분이 마음을 나눈 편지글을 모은 것으로 1973년 1월 30일 권정생이 이오덕 선생님에게 보낸 편지글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1986년 7월 9일까지 긴 세월동안 한없이 슬프고 애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이 책을 접한 것은 2003년이다. 그때도 읽으며 가슴 애절함이 넘쳐 몇 번이나 책장을 덮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접하며 그 감정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을 다시금 읽게 만든 것은 최근 발행된 책 ‘오래된 새 책’의 저자가 구하기 힘든 절판본으로 소개하며 이오덕과 권정생 두 분의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하고 또 책이 서점에 배포되던 날 전량 수거되는 일이 있었다는 내용을 접하며 새롭게 찾아본 것이다. 

운 좋게도 내 서재에 들어와 오랫동안 남아있었다는 것은 행운이다. 구하기 힘든 절판본이어서가 아니라 우리 곁에도 이렇게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례를 담은 흔적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인 것이다. 

두 분의 편지글에는 어느 것 하나 가슴 절절함이 배어있지 않은 글이 없다. ‘선생님이 만약 안 계셨더라면 내가 여지껏 살아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에서처럼 병약한 권정생의 건강과 외로움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이오덕의 마음이나 그렇게 자신을 마음으로 돌봐주는 이오덕에 대한 권정생의 마음 모두 너무나 슬프고 애틋하기에 오히려 아름다움으로 기억되는 장면들이다. 또한 두 분의 편지글 속에 담겨져 있는 아동문학에 대한 열정과 70~80년대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문단의 흐름에 대해서도 속내를 알 수 있게 하기에 문학사의 사료로도 귀중한 자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오덕선생님의 권정생선생님에 대한 마음은 때론 절대적인 신앙으로까지 보인다. 무엇이 그토록 두 사람의 관계를 만들어왔을까? 문학가들의 일상을 잘 알지 못하기에 깊은 속내를 알지 못하지만 이 편지글에서 보여주는 두 사람의 관계는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지독히 가난한 일상에 그것도 병약한 삶 속에서도 두 사람이 꽃피운 우정의 속내를 보통사람인 나로서는 짐작으로도 알 길이 없다. 평범함의 범위를 넘어선 두 분의 사람 사귐에 대한 모습은 두고두고 우리 곁에 남아 소중함을 전하는 모범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2010년 출판사를 달리해 발간된 책은 임길택 시인과 가수 백창우가 참여해 편집을 새롭게하여 구성하여 발간했다. 초판본을 구할 수 없기에 두 분의 이야기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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