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회빈 강씨 - 소현세자 부인
김용상 지음 / 멜론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조선의 세자빈이다
역사에서 치욕은 무엇일까? 외국의 침략을 받아 강압에 의해 국권을 빼앗긴 일보다 더한 치욕이 있을까? 우리 역사에서 이렇게 이름붙인 사건은 몇 번 있었다. 현재와 비교적 가까운 조선의 역사에서는 청나라의 침략에 변변한 저항한번 해 보지 못하고 당한 인조 왕 때의 병조호란과 황후의 목숨까지 빼앗아간 일본의 침략에 어쩌지 못한 을사늑약이 있다. 이러한 치욕적인 사건의 원인 무엇일까? 막연하게 침략의 주범이 되는 외국의 탓으로 만 돌릴 수 있을까? 물론 일차적인 원인이야 침략한 외국에 있겠지만 침략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정치가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김용상의 작품 ‘민회빈 강씨’는 우리 민족이 겪었던 치욕적인 사건 중 하나인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간 소현세자의 세자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7세기 조선의 정치상황은 혼란을 거듭하는 시기였다. 광해군을 모라내고 왕에 오른 인조반정 후 명나라와 청나라에 대한 태도를 기준으로 한 논란과 인조반정의 주역들 사이에서 벌어진 세력다툼 등 이미 백성의 안위나 국력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만큼 안정되지 못한 정치 상황이었다. 정적 간에 죽고 죽이는 피를 부르는 정국은 왕이 왕의 권력을 무력하게 만들었으며 왕위 계승문제에도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당시 상황에서 7년이 넘는 세월동안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던 소현세자와 세자빈 민회빈 강씨는 청나라에 대한 복수를 넘어선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다. 강한 조선을 꿈꾸며 백성의 안위를 걱정하며 훗날을 준비하는 것이다. 성리학이 주류를 이룬 조선에서 신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여인들의 삶은 대게 비슷했다. 그러한 여인들의 삶을 표현하는 바로 삼종지도가 그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세자빈 민회빈 강씨가 보여준 것은 시대를 앞서가는 당당함을 보여준다.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조선 최초 여성 무역상, 노예로 끌려와 고통 받는 조선인을 속환하기 위해 힘쓴 일, 천주교와 서양 문물을 접하면서 조선의 개혁과 개방의 필요성을 절감한 여인하며 미래 조선을 준비하던 모습은 현대의 눈으로 봐도 당당함이 넘쳐난다. 

저자는 이러한 ‘민회빈 강씨’의 모습에서 "이 시대 여성의 표상으로 삼을 만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소현세자빈이라고 대답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주목하고자 했던 바는 남성 못지않은 뛰어난 기개와 총명한 재능을 지닌 실용적인 여성 경영자라는 점과 현실을 파악하는 시대적 감각이 탁월할 뿐 아니라 미래 지향적 사고력을 갖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시대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상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에서 저자의 시각으로 여성상을 찾는다면 바로 ‘주어진 현실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가는 정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비운의 삶을 살았고 시아버지에 의해 사약을 받아 죽음을 맞이했던 세자빈 민회빈 강씨는 끝까지 조선의 여인, 조선 사람으로 자존심을 잃지 않았다. '나는 조선의 세자빈이다'라는 외침은 허공을 돌아 지상에 강한 울림을 전해준다. 

꿈에도 그리던 조선에 귀국 후 아버지 인조 왕의 태도에 소현세자와 세자빈이 받았을 정신적 충격과 심리적 압박이 얼마였을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하여, 가정이 있을 수 없는 역사 앞에 가정을 해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가정을 하는 이유는 바로 현실을 올바로 바라보기 위함일 것이다.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려는 마음이 역사의 가정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