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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비 - 태왕의 연인 여화의 비밀문서
정현웅 지음 / 자음과모음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역사는 지금 우리가 걸어가는 발걸음이 모여 만들어진다
지나간 역사는 기록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의 기록물은 종이게 의존하기 때문에 세월의 무게에 의해 사라지게 된다. 그렇기에 역사를 보는 것은 매장유물이나 남아 있는 건물, 탑이나 비 등을 발굴하여 중요한 역사적 사료로 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세월의 무게 앞에 자유롭지 못하기에 훼손되기에 이 역시 완전하지는 못하다. 그래서 역사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더라도 역사 기록물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기록에 의존하여 역사를 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기록물에 대한 이해나 해석의 차이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대두되며 올바른 역사로 알고 있던 것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뒤 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호태왕광개토태왕비’다. 이는 동북아시아 고대사의 판도를 뒤집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기에 이해 당사자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볼 수 있다.
역사유물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다분히 보는 사람에 의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것이기에 ‘호태왕광개토태왕비’의 해석을 두고 일본이 주장하는 것이나 중국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처지도 같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밭침하는 여러 나라의 사료를 함께 검토하며 당시 시대상황을 종합하여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역사는 지난 시간의 기록물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과거 없는 현재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거는 현재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는 근거가 되기에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정현웅의 ‘광개토태왕비’는 바로 그 ‘광개토태왕비’에 대한 해석의 문제를 전면에 두고 있다. 이는 현재 벌어지는 국제정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저자의 집필의도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왕의 여인이라는 비중 있는 인물을 설정하여 그 여인이 남긴 개인기록물과 역사서에 담긴 고대 동북아 질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고구려 19대 왕 담덕에겐 세 명의 부인이 있었다. 그 부인들 중 이미 두 번에 걸쳐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었던 ‘여화’는 미모뿐 아니라 지방에 근거를 둔 할아버지의 배경으로 지혜와 용기 그리고 무술까지 겸비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황후로써 성에 머무는 것이 아닌 전장을 누비기도 하면서 태왕의 재사 역할까지 한다. 그녀가 고조선 이후 고구려의 역사를 정리한 역사서 발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이를 비밀스런 곳에 남겼다는 것이다.
시점을 달리하고 있는 작품의 이야기 구성은 처음 시작이 한 대학교수가 중국 흘승골성에서 추락사한다. 자신을 둘러싼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된 교수는 신문기자가 된 제자에게 문건을 남긴 비밀금고 열쇠를 주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것을 세상에 발표하라는 말을 남긴 후 일이었다. 일본 학자와 정체가 불분명한 여인 그리고 신문기자가 중국 고구려 유적지를 함께 방문하고 교수의 죽음에 대한 의문과 태왕의 황후가 남겼다는 역사서의 행방을 찾게 된다.
두 시점이지만 주요한 흐름은 ‘여화’의 개인기록물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그 기록물은 한 남자를 사랑한 여인이 남자에 마음을 기록하며 당시 국제 정세를 비롯하여 고구려 내부의 정치상황 그리고 업적이 주요하게 기록되어 있어 고구려 역사의 일면을 알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는 작품의 제목 '광개토태왕'과 내용에서 표기된 '광개토대왕'의 차이가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매우 의문이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역사를 전공하는 학자나 전문가의 일만은 아니다. 한나라 국민 모두가 자신이 살아가는 나라의 역사를 올바로 알고 이를 후세에 전하려는 마음이 바탕이 되었을 때 가능해지는 것이리라. 물론 국가의 정책을 책임지는 정부의 의지는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근거가 될 것이기에 지금 정부의 역사정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독도에 대한 도발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대안은 그런 마음에 불안함을 전해주기에 심히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역사는 지금 우리가 걸어간 발자국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우리 정부는 훗날 준엄한 역사의 평가를 어떻게 생가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