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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1 - 미천왕, 도망자 을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고구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작가의 모든 글은 시대정신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작가는 시간에 기대어 살아올 수밖에 없는 이치와 한가지일 것이다. 하여 수많은 작가들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담은 세상과의 소통의 결과를 작품으로 내 놓는다. 작품에 담긴 주제가 무엇이든 이런 작품들이 독자들과 만나 소통되는 과정에서 공유되기도 하고 때론 외면당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거창한 작가론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분명한 것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
이런 면에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들의 고뇌를 충분히 짐작되는 바가 있다. 어떤 눈으로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의 문제가 바로 작가의 고뇌일 것이며 이와 더불어 시간에 기대어 살아가는 작가가 자신이 살아가는 그 시대의 정신을 담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작가의 고뇌를 함께 공유하게 되는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이 독자들을 문학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이런 작품을 만난 기억이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향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민족감정은 멈추지 않은 시계처럼 시간을 더해가는 동안에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것은 본질이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민족감정에 시원한 폭포수 역할을 했던 작품이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그 작품이었다. 이처럼 김진명 작가는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한민족의 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이지 않은 채 계속 이어져오고 있으며, 모두가 힘겨워하는 어려운 시기에 그들을 격려하고 일으켜 세우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작가가 가지는 시대정신을 피력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 많은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고구려’는 바로 그 김진명의 작품이다. 이번에는 무대를 광활한 땅 중원의 주인으로 군림했던 우리 역사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과시한 시대로 옮겼다. 바로 고구려다. 그것도 고구려가 가장 강성했던 시대의 기틀을 마련한 미천왕의 이야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작가 김진명이 주목한 고구려는 우리 역사의 긍지와 자부심을 대표하는 시대로 이야기하기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너무 미천한 것이 현실이다. 작가는 아마도 우리의 소중한 역사지만 우리에겐 주목받지 못한 고구려를 자신의 역사로 편입하여 다음 시대를 준비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거론하기 전에 우리 자신이 우리역사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지녀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고구려 1 : 도망자 을불’은 권력의 부정적 측면이 어떤 모습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시대를 배경을 하고 있다. 권력을 지키지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백성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으며 자신의 권력에 도전할만한 사람이나 세력은 끝까지 추적하여 처단했던 왕 그리고 권력을 올바른 모습으로 세우고자 뜻을 세우고 도망자 신세가 된 을불의 고구려와 진나라의 혼란을 틈타 낙랑의 위세를 세워가는 최비, 모용선비족의 새로운 영웅 모용외, 여자로 뛰어난 재사 역할을 자임한 주아영 그리고 왕의 측근 창조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훗날 미천왕으로 등극하는 을불의 성장과정 그려가고 있다.
왕손으로 태어났지만 혼란한 정치정세에 휩싸이며 갈등하는 을불이 어려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왕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은 여타 다른 왕이나 영웅의 일대기에서처럼 비슷한 과정을 겪지만 날 때부터 영웅이 아닌 자신이 스스로 개척하는 운명을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또한 고구려왕의 폭정을 돕기도 하지만 암암리에 을불의 소식을 접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는 창조리의 행보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정황의 불리함에는 몸을 숨겨 의탁하지만 그 숨김이 결코 도망이 아니라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단순히 기다리는 것을 넘어 맞이할 때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고구려 1 : 도망자 을불’에서는 독자들의 그러한 기대감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전설처럼 느껴지는 고구려의 한 시대를 작가의 노력에 의해 되살려내는 것은 곧 지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무엇을 찾아가는 과정에 다름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