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이 하하하 - 뒷산은 보물창고다
이일훈 지음 / 하늘아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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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서 찾는 희망
생활의 공간을 도시주변 시골로 옮겼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이 아침 풍경이다. 도시에선 잠에 빠져있을 시간인데 어김없이 눈이 떠지면서 먼 산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중첩되어 보이는 고만고만한 산이지만 하루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을 정도다. 그 시간에 일어나 가꾸기 시작한 텃밭도 돌아보고 아침공기를 마시는 시간이 제법 쏠쏠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이사한지 어느덧 두어 달이 되어가면서 기분으로는 정착해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난 일요일, 일찍 눈을 뜨고 그대로 길을 나섰다. 마을 논과 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뒷산으로 이어진 길을 걸어보기 위해서다. 일찍 밭에 나온 할머니와 인사도 나누며 처음으로 걸어보는 길이다. 어디로 이어진 길인지 그 길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 설레는 마음이다. 5분여를 걸어 갈림길을 만났다. 산길로 이어진 곳과 마을을 감싸고도는 길 중 어느 길로 가볼까? 이번엔 마을 외곽을 둘러싼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논과 밭, 대나무 숲 길가에 핀 여러 가지 들풀들에게 눈인사를 건네며 자주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음엔 산길로 들어서 뒷산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 길이 있는지 모르기에 뒷산 아래 저수지로 이어진 길이 있다면 마을 둘레길 과는 다른 무엇이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앞산은 멀다. 멀기에 멀리 조망하며 느끼는 느낌이 좋다. 하지만, 뒷산은 그런 앞산과는 사뭇 다른 맛을 전해준다. 하여 뒷산은 가까이 느껴진다. 거리상으로도 가깝기에 더 가까이 하고 싶은 산이다. 달뜨는 밤이면 달이 지는 산이기도 하기에 그 뒷산으로 산책이라도 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뒷산에 깃든 넉넉함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가보지 않아 모르지만 등산로도 없어 보이고 약수터도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뒷산이 정겨운 것은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오를 수 있을 것처럼 만만해 보이기도 해서다. 

도시에 살던 때, 가끔 오르던 뒷산은 제법 시끌벅적했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곳이어서 사람이 많고 가까이 있는 뒷산엔 등산로가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다는 말로도 통하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뒷산이 하하하’다. 저자는 이런 저런 글로 이미 지명도가 있는 중견 건축가 이일훈이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뒷산은 서울과 경기도 경계를 이룬 만만한 동네 뒷산이다. 자그마한 산에 약수터가 여럿 있어 그 터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곳은 ‘지양산’이다. “앞산은 보는 산이지만, 뒷산은 동네를 품은 산”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뒷산은 나를 품고 있기에 ‘아늑함’을 느끼고 때론 ‘만만함’ 마저 일어난다. ‘만만하다’는 말은 거리감이 덜하며 언제 어느 때 찾아도 반겨줄 것처럼 편안함을 느끼는 기분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도 할 수 있다. 

“아무 일 없을 것같이 겉모습 조용한 약수터도 사람이 꼬이는 곳이라 별별 일이 다 있다. 하긴 모이는 사람 없이 물만 나오면 약수터가 아닐 것이다. 근본적으로 약수터는 사람의 터다” 

그런 곳에 약수터가 있다. 그것도 세 곳이나 말이다. 저자는 그 약수터를 중심으로 사람들과 관계 맺는 주변 환경을 살피고, 자연환경에 눈길을 주며, 시간을 거슬러 사람들의 흔적을 담아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으뜸이다. 그곳은 사람들의 삶의 공간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그곳 역시 사람 사는 모습을 그대로 닮았고 또 담고 있다. 단연, 약수터를 중심으로 이뤄진 곳이기에 약수와 관련된 이야기가 중심이다. 약수터 풍경은 곧 사람 사는 모습의 축소판인 것이다.  

그런 뒷산에서 저자가 찾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약수터를 찾는 사람들의 속내가 무엇인지가 우선일 것이다. 약수터는 물이 목적인 것처럼 보이는 외양이지만 물이 전부는 아니다. 저자가 뒷산 약수터를 주목하는 이유가 그곳에 있는 것이다. 음용수로 부적합이라는 판정을 받는 순간 몰렸던 사람들이 사라진 것, 그 약수터가 부적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약수터가 존재하는 뒷산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욕심까지 저자는 그 속에서 사람의 미래를 내다보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자연과 멀어지며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에게 찾아온 것은 각종 현대병이다.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감이며 이를 가장 만만하게 보여주는 곳이 뒷산이고, 뒷산에 있는 약수터다. 이렇게 사람이 만만하게 찾는 곳에서부터 오늘을 치유하고 미래의 희망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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